日 니콘의 몰락, 직원 10% 감축할듯

최인준 기자 2020. 11. 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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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최대 고객 인텔 부진에 2000명 감원 앞둬"
일본 카메라·정밀장비 제조사 니콘

일본 대표 광학(光學)기업 니콘이 조만간 전체 직원의 10%를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사업 부진이 큰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오랫동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도체 제조장비 사업으로 인한 실적 악화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장비 세계 1위 달리던 니콘의 몰락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니콘이 그룹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2000명의 인원 삭감에 나선다”고 19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알짜 사업이던 카메라 사업 부진의 영향도 있지만, 사실상 주력 사업이던 반도체 제조 장비 사업 침체로 인한 실적악화가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니콘의 반도체 장비 실적은 최근 악화 일로에 있다. 니콘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 2·3분기(4~9월) 동안 반도체 장비 판매가 총 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실적 악화의 결정적인 이유는 반도체 장비의 90%를 사가는 인텔의 부진이다. 인텔은 올 3분기 순이익이 1년전에 비해 28%나 급감했다. 비(非)메모리 분야에서 AMD와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인텔이 지난 7월 엔비디아 등 경쟁사처럼 외부 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줄이면 니콘의 반도체 장비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니콘은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장비를 구매할 일본 전자 업체들이 사라지면서 인텔로부터 기술 개발비를 받으며 크게 의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게 니콘의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전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니콘은 1990년대까지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네덜란드 ASML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노광 장비 기술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노광(露光)은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사진을 찍듯 빛을 쏴 원하는 모양의 회로 모양을 그리는 공정을 말한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을 얼마나 미세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이때문에 최근엔 빛을 쏴서 만드는 회로 폭을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그리는 EUV(극자외선) 장비가 차세대 기술로 떠올랐지만, 니콘은 과거 수지 타산이 안맞는다는 이유로 이 장비 개발을 포기했다. 현재 EUV 장비는 ASML만 상용화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니콘은 미래 반도체 장비 시장 주도권을 이미 빼앗긴 셈이다.

◇인텔 편중 벗어나려 중국 두드리지만…

니콘은 최근 중국에 저가로 반도체 장비를 팔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니콘이 노광 장비 수출을 추진하던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가 화웨이에 이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면서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우마다테 도시카즈 니콘 사장은 최근 “코로나의 영향으로 신규 고객의 개척이 예정보다 진척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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