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쌈짓돈' 된 연구비..허위서류로 속이고, 연구원 통장 관리도
전리품 인식에 부정사용 빈발
공동관리후 페이백 관행 만연
내부고발 아니면 적발 어려워
연구비중 인건비 비율 높이고
중소형 프로젝트로 분산 지원
개인적 사용 못해 투명해질것
교수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연구비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국연구재단 지원금 중 연구비 부정 사용으로 환수 처분된 금액은 136억6600만원에 달한다. 주로 익명 보장 신고 시스템으로 적발된 금액이다. 최근 논란이 된 장하성 주중대사는 고려대 경영대 교수 시절 유흥업소에서 연구비 법인카드로 분할 결제한 사실이 고려대 종합감사에서 드러났다. 장 대사와 함께 종합감사로 중징계 대상이 된 고려대 교수 12명은 2016년부터 4년간 221차례에 걸쳐 6693만원을 유흥주점에서 연구비 카드와 행정용 카드로 계산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례는 법인카드를 써서 교육부의 종합감사에서라도 발견됐지, 교수들이 흔히 연구비 수주로 현금을 받는 경우에는 연구 외 용도로 써도 발각하기가 사실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학원실 석·박사 학위 과정 학생들이 불이익을 무릅쓰고 내부고발하는 경우가 아니면 교육부나 경찰에서 포착하는 게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전 한양대 교수 B씨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한양대 산학협력단에서 연구원 11명의 인건비 명목으로 5억1800만원을 받았다. 그중 실제 인건비를 제외한 2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아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8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B씨는 자신의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의 연구비 계좌를 관리하며 이들의 인건비를 자기 몫으로 돌리고, 연구비 카드를 이용해 거래처에서 허위 결제한 뒤 3700만원 상당의 관련 없는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연구비를 둘러싼 비리 방식으로는 주로 교수가 연구원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뒤 연구비 공동 관리(일명 풀링) 체계 아래에서 다시 받는 경우(일명 페이백), 연구비 미지급 후 유용, 과제 수행과 무관한 장비 구입, 증빙이 미흡한 연구비를 사용하면서 정부 지원금들이 교수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 등이 있다.
이에 대해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은 "연구실 내에선 위계 관계가 분명해 교수님이 연구비 공동 관리제를 스스로 고치겠다고 마음먹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연구비 운용 경비는 연구비에서 비용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돈을 모아서 운용 경비 등으로 써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학 교직원은 "교수들 연봉이 보통 1억원이 조금 넘는데 사회적 지위 등을 감안하면 많은 돈이 아니고 보통 자녀들을 다 외국에서 유학시키기 때문에 연봉만으로 살기는 힘들다"며 "내 연구 주제로 내가 가져온 연구비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더 가져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 사회에서는 이 같은 연구비 유용이 나타나는 건 교수들이 연구비를 자기가 따온 전리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사립대 C교수는 "교수들에게 연구비란 일종의 '커리어'"라며 "보다 트렌디한 연구, 시장에서 요구되는 연구를 하면 연구비를 많이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연구비를 재량껏 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비가 많이 몰리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선 더욱 심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또 다른 사립대 D교수는 "연구비라는 게 대외기금도 많이 들어오고 연구 수주도 많이 하는 SKY를 제외하고는 뚝 떨어진다"며 "이처럼 연구비 자체 규모가 작은 곳은 연구비를 유용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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