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약속' 어긴 日..오염수 방출 안정성 투명하게 공개할까?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0. 11. 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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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시민들 "괜찮다면 마셔봐" 비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26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수 해양 방출이 결정되면 한국 등 주변국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이다.

하지만 매일 약 170t에 가까운 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오는 2022년 여름쯤이면 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해양 방류 방침을 굳히고 있다.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염수 방출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오염수를 정화해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제거할 수 없지만, 방사선 영향이 과학적으로 안전한 기준 이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이런 기회도 마련했다”며 “우리도 일본 국민이 있고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에 해로운 방법을 택할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환경단체 등에서 처리된 오염수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순히 끝까지 믿을 수 없다는 프레임으로만 하면 우리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이런 기회도 마련했다”고 했지만 앞서 일본 측이 이해를 요구하고 동의를 구한 사례에서 한국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 일이 있었다.

일본은 지난 6월 15일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에 조선인 강제 징용을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를 전시한 ‘정보센터’를 개관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정보센터를 설치해 조선인의 강제노역 사실을 설명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보센터에는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를 늘어놓고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도 지금껏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당시 일본 정부 대변인이었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당시 관방장관)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와 권고 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우리나라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이런 것들을 성실히 이행해오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역사를 왜곡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를 부정하고 약속도 지키지 않은 일본 정부가 과연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일본의 강제동원 부정과 약속 미이행에 대해 김동기 대사는 “일본이 본인들 입으로 말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세계유산위원회의 권위도 무시한 것이다. 일본은 자국 이미지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 문제를 비롯해 위안부 강제동원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역사 왜곡과 부정으로 한일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익 성향인 아베 신조 전 정부서부터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밝힌 현 스가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또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일본 측 주장과 달리 심각한 오염과 해양방출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먼저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갑)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말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량 109만톤 중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수가 무려 78만톤(72%)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100배를 초과한 오염수가 6만 5000톤(6%), 10~100배 16만 1700톤(15%), 5~10배 20만7 500톤(19%), 1~5배 34만 6500톤(32%)으로 나타났다.

주요 방사능 핵종별로 보면 삼중수소의 경우 평균 농도가 기준치를 10배 초과하고 세슘137의 평균 농도는 기준치 이내였지만 최대값은 기준치의 9배를 넘겼다. 특히 스트론튬은 평균 농도가 기준치를 111배나 초과하고 최대값은 기준치의 무려 1만 4433배에 달했다.

이같은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면 일본 현지는 물론 전 세계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발전소 부지와 사고 원전 내에 있는 약 123만t의 오염수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14’와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 핵종이 다량 발견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수 저장 탱크에 농축된 방사성 탄소는 63.6GBq(기가베크렐)에 달한다.
그린피스는 오염수가 해양에 아무런 조치 없이 방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지역주민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션 버니 그린피스 독일지부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오염수에 포함된 각종 방사성 물질은 수천년간 바다에 남아 인간과 해양생물에 유전적 피해를 가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출 방안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은 이른바 ‘처리수’로 불리는 오염수에 대해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가 총리는 오염수 음용이 가능하다고 말한 관계자에게 “마셔도 되나”라고 되물었을 뿐 마시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주장에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서 음용수로 사용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안전성 증명을 위해 안전을 주장하는 도쿄전력과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한 경제산업성 그리고 스가 총리가 신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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