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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가 KT위해 열심" 이 말에 딸 부정채용 무죄 뒤집혔다

박태인 입력 2020. 11. 20. 19:19 수정 2020. 11. 2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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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의원 눈물까지 흘렸지만, 항소심서 집행유예
딸의 채용 청탁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어느 아비가, 자식을 파견회사 비정규직을 시켜달라고 청탁하겠습니까!"

김성태(62) 전 국민의힘 의원의 눈물 호소도 판사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20일 자신의 딸을 KT가 채용하도록 청탁한 혐의를 받는 김 전 의원에게 1심의 무죄를 뒤집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성태의 눈물 안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딸의 정규직 채용이란 뇌물을 대가로 이석채 전 KT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막아주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였다.

이날 법원의 판결은 1심의 무죄 판결은 물론 법정에서 눈물 호소로 채용 청탁을 부인하던 김 전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왜 같은 사건을 두고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린 것일까. 핵심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김 의원이 KT를 위해 열심히 일하니 딸을 정규직으로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서유열 전 KT사장의 진술을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에 있었다.

서유열 전 KT사장이 지난해 3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왜 김성태의 무죄는 뒤집혔나
검찰이 주장한 김 전 의원 혐의에 대한 사실 관계는 크게 세가지다. ①김 전 의원은 2011년 서 전 KT사장에게 스포츠체육학과를 졸업한 자신의 딸 김모씨를 KT스포츠단에 채용해달라고 청탁했다(비정규직으로 채용됨). ② 2012년 여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였던 김 전 의원은 이석채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막아줬다. ③ 같은해 이석채 당시 KT회장은 증인 채택을 막아준 대가로 서 전 사장에게 지시해 김 전 의원 딸의 점수를 조작해 KT 대졸 공채 직원으로 채용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서로간의 대가가 오간 ②와 ③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의 딸이 특혜를 받고 KT에 채용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청탁 여부에 대해선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혜는 있었지만 청탁은 확신이 안 선다는 것이다. 그 판단엔 2011년 김 전 의원에게 스포츠단 채용 청탁을, 2012년엔 이 전 회장에게 김 전 의원의 딸 정규직 채용 지시를 받았다는 서 전 KT사장에 진술이 흔들린 점이 작용했다.

서 전 사장은 2011년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이 전 회장, 김 전 의원과 저녁식사를 하며 채용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수첩에는 2009년 세 사람의 만남이 적혀 있었다. 서 전 서장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도 2009년을 가리켰다. 서 전 사장의 진술은 김 전 의원 부정청탁의 유일한 직접증거였다. 서울남부지법의 1심 재판부(신혁재 재판장)는 핵심 증인의 진술이 흔들린 이상, 김 전 의원의 혐의가 증명될 수 없다고 했다. 김성태의 '영수증 반격'이 통했다는 말이 나왔다.

'딸 KT 채용청탁' 의혹을 받는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1심 재판에 출석하며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분 사장의 식당 카드 결제 내역서를 공개했다 [뉴스1]



1심과 다른 2심의 판단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 전 사장의 진술이 흔들렸을지라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서 전 사장의 지시를 받은 KT직원들도 김 전 의원 딸의 채용을 '회장님 관심사안'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1심에선 부정당한 2011년 일식집 만찬도 다른 정황 증거에 의해 인정된다고 했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법정에서 서 전 사장의 진술을 청취했고, 1심과 달리 믿을만하다고 봤다. 허위의 동기가 없고 매우 구체적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설령 2011년 만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 전 회장이 서 전 사장에게 김 전 의원의 딸을 채용하라고 지시한 사실, 김 전 의원이 이 전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아준 사실, 그의 딸이 부정한 방법으로 KT에 채용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그 만찬이 없었더라도 유죄란 뜻이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김 전 의원이 "본 위원의 딸도 지금 1년 6개월째 파견직 노동자로 비정규직 근무를 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김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오석준 재판장은 "당시 딸의 상황을 잘 모른다던 김 전 의원의 진술과 달리 딸의 근무형태와 근무기간을 정확히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이 8년전 사건으로 기소됐고, 당시엔 자녀 채용이 뇌물죄로 처벌될 것이란 인식이 퍼져있지 않았다"며 실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김 전 의원과 함께 재판을 받은 이 전 회장, 서 전 사장도 모두 집행유예를 받으며 구속되지 않았다.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회장이 2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잘못된 판단, 즉각 상고"
김 전 의원은 이날 판결 뒤 "날조된 검찰의 증거들로 채워진 허위 진술과 허위 증언에 의해 판단된 잘못된 결과"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심의 판단이 엇갈린 만큼 김 전 의원의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도있는 법리검토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뇌물죄의 경우 물증보단 진술이 사건 증거의 중심이 된다"며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유무죄가 뒤집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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