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여성 소방관 늘려라" 요구.. 소방청만 곤혹

곽래건 기자 2020. 11. 21.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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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녀인원 미리 정해 뽑는데 공채 남녀 체력기준 달라 문제

소방청이 여성 소방관 채용을 늘리라는 여성가족부 요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남녀 기준이 서로 다른 체력 시험을 손봐야 하는 문제가 연결됐기 때문이다. 준비도 안 됐는데 무조건 여성 채용만 늘리라고 하는 건 행정의 난센스라는 말이 나온다.

◇여가부 “균형 고려해 뽑아라”

여성가족부는 지난 2일 소방청에 “소방관 공채 중 여성 선발 비율이 적으니 성별 균형을 고려해 뽑을 수 있도록 체력 기준 등 채용 방법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소방청은 이달 말까지 개선 계획을 마련해 여가부에 내야 한다.

소방관은 현재 남녀 인원을 미리 정해 뽑고 있다. 올해는 4844명을 뽑는데 남자 정원이 4164명(85%), 여자는 418명(8.6%)이었다. 262명(5.4%)은 성별 구분 없이 뽑는다. 그 결과 소방관 중 여성 비율은 8.4%에 그친다.

6일 오전 충남 공주시 중앙소방학교 화재진압훈련장에서 열린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소방관들이 구조작업 시연을 하고 있다. 2020.11.6/연합뉴스

소방관들 사이에선 ‘여성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방 업무의 특수성 때문인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119구조대는 지원 자격을 특수부대 근무 경력자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극히 예외적인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남성이다. 하지만 여가부는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성별을 나눠서 뽑아 생기는 격차가 과도하고, 구조 분야도 여성이 능력이 되면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녀 체력 기준 차이 논란

얼핏 보면 남녀 구분 없이 채용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론 쉽지 않다. 소방관은 공개 채용인데 시험 과목으로 들어가는 체력 기준이 남자와 여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자리 멀리뛰기 등 여섯 과목 60점 만점인데, 유연성 측정 종목 하나를 뺀 다섯 가지가 남성 최하점 기준이 여성 최고점 기준보다 높다. 예를 들어 윗몸 일으키기는 남자는 1분에 52회 이상이면 10점 만점을 받고, 43회면 최하점인 1점을 받는다. 여자의 경우 42회 이상이면 10점 만점을 받는다. 소방청 관계자는 “체력 기준을 그대로 둔 채 남녀 구분을 없애버리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점수에서 이득을 보는 결과가 생긴다”며 “그렇다고 남녀 기준을 똑같이 만들면 남성과 여성의 신체 능력 차이를 반영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조정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경찰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경찰은 남녀 구분 채용을 없애기 위해 체력 시험을 아예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뽑히는 여경 숫자가 90% 줄어든다는 내부 검토 결과가 나왔다. 여경 수를 늘리려고 체력 절대평가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여성들이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절대평가 합격 기준을 낮추면 여성 합격자가 늘어나지만, 남성에겐 체력 시험의 변별력이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소방청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제도가 불합리하니 업무에 맞는 체력 기준을 합리적으로 마련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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