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가 궁금한 학원'의 진짜 근황

정용인 기자 입력 2020. 11. 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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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합정역 1번 출구 앞에 있었던 ‘축지법과 비행술’을 가르친다는 율려원의 간판. 2016년 빌딩이 신축되면서 사라졌다. /클리앙


[언더그라운드.넷] “아마도 합정역 근처인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저거 1996년도부터인가 봤는데 간판만 바뀌었는데 여전히 있네요. 건물주인가.”

11월 19일 사진에 대한 한 누리꾼의 품평이다.

사실이 아니다. 여전히 있지 않다.

건물이 헐리고 지금은 고층빌딩이 들어섰다.

포털 지도검색에 따르면 2015년 8월까지는 문제의 건물이 있었고, 간판이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 2016년도 이후엔 사라졌다.

축지법과 비행술.

11월 중순 ‘정체가 궁금한 학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던 건물 외벽에 걸린 간판이다. 축지법과 비행술을 가르친다는 뜻이리라.

앞서 누리꾼 언급처럼 합정역 1번 출구 앞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폴리엔터테이너’ 허경영씨를 떠올리지만 무관하다.

2007년 율려원이 신문에 낸 축지비행술 강좌 광고./https://zemmix.tistory.com/

사진 속에 단서가 있다. 3층에 있다는 율려원이 이 축지법·비행술을 가르쳤던 곳이다.

학원이 가장 흥했던 때는 2007년 무렵이다. 그 무렵 실린 신문광고도 있다.

참가비 3만원에 공개강좌도 열렸다. TvN 리얼스토리묘에서도 취재했다며 방영시간표도 나와 있다.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이 학원이 가르친다고 내걸었던 ‘축지법·비행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었던 것 같다.

이경섭 감독이 찍은 동명의 단편영화도 있다. 무려 오달수씨가 사범 역으로 나온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는 같은 이름으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했다(구글 아트 앤 컬쳐에서 증강현실로 볼 수 있다).

정작 당시 ‘축지법·비행술’을 가르쳤던 손영성 원장의 행방은 묘연했다.

찾아보면 같은 이름으로 낸 교본이 출간되었다. 먼저 출판사에 연락했다.

“저자와 연락할 방법이요? 저희도 없습니다. 자비출판이었는데, 저희도 연락처가 없어서요.”

실패다. 당시 신문광고에 실린 율려원으로 전화해보면?

“그런 사람 없습니다.” 받자마자 돌아온 답이다. 율려원이 아니라고 했다.

아마도 전에도 “축지법을 가르쳐달라”와 같은 장난전화가 많이 걸려온 모양이다.

손영성 율려원 원장은 매직기타연구원장이라는 다른 직함도 가지고 있다.

기타 커뮤니티에 그의 기타 주법에 대한 토론도 올라와 있는 걸 보면 그 방면에도 꽤 유명한 인사다.

그러다 발견한 프로필.

1969년부터 1978년까지 “기타 전공을 통한 전인완성의 구도발심”을 했고, 기타 교본을 내고 ‘초능력 기타’라는 것을 알렸다.

한마디로, 기타로 도를 닦은 양반이다.

애초의 주제로 돌아가자. 그래서, 축지법과 비행방법은 어떻게 알아내게 된 걸까.

마침내 찾아낸 근황. 각종 건강식품과 피부미용기계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기타 구도(求道)”의 길도 업그레이드된 듯, 2016년 버전의 이름은 ‘퀀텀기타’였다.

손 원장에게 물었다. 축지법과 비행술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침묵하던 그가 말을 잇는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전화를 끊어주세요. 죄송합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했지만, 더 자세한 취재는 할 수 없었다.

일단 오늘의 취재는 이걸로 마무리.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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