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와중에.." 고흥군의장 대낮 '춤판' 논란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입력 2020. 11. 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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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주민들 "코로나 사태에 웬 술판·춤판인가..어이없다"
군의장 "회원으로 부득이 참석, 분위기에 편승해 발생한 일"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엄중한 시기에 송영현(68) 전남 고흥군의회 의장이 대낮에 군민회관에서 사회단체 회원들과 술판과 춤판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리 해당 사회단체 소속 회원이라지만 군민들은 코로나 사태로 고통 받고 있는데도 군의회 수장이 본분을 망각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면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고흥라이온스클럽은 지난 14일 고흥읍 군민회관에서 국제라이온스협회 고흥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본행사에는 송귀근 고흥군수를 비롯 송 의장, 관내 기관장,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송영현 고흥군의장이 9월 11일 제291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고흥군의회

송 군수 등 기관장들 대부분은 오전 1부 행사가 끝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반면 라이온스클럽 회원 들은 점심식사를 마친 후 초대가수와 품바 공연까지 동원해 술과 여흥을 즐겼다. 남녀 회원들은 서로 바짝 밀착해 낯 뜨거운 춤판을 벌였다. 본행사에서 축사를 한 송 의장은 오후 행사에도 자리를 지켰다. 오전에는 군의장으로서, 오후에는 고흥 두원라이온스클럽 회원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게 송 의장의 설명이다. 

송 의장은 여흥 초반에는 정장차림으로 단정한 자세였으나 행사 열기가 점점 무르익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이내 술을 마신 듯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회원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노래를 부르는 등 코로나19 방역지침과는 거리가 있는 행동을 했다. 이날 송 의장은 대중가요 '울어라 열풍'을 부른 뒤 앵콜송으로 '고장난 시계'를 열창했다. 

그는 노래하는 중간 중간에 여성 회원들에게 바짝 다가가 행사 관계자들이 이들 사이의 간격을 떼어놓느라 곤욕을 치렀다. 노래 소절 "기막힌 내 사랑을 그 누가 알아줄까~" 등을 부를 때는 수시로 여성 회원에게 다가가 노랫말 맞춤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송 의장은 이후에도 계속 노래하겠다고 고집했으나 동행한 중년 여성에 이끌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지역사회에선 수백여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이 사회단체 친목행사를 빙자해 대낮에 군민회관에서 술 먹고 춤판을 벌였다는 자체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정부나 고흥군의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사회단체의 단합을 위한 '뒤풀이 행사'라고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지역민심과도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송영현 고흥군의장이 국제라이온스 고흥대회 여흥시간에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전남 고흥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11월 14일 오후 군민회관에서 국제라이온스 고흥대회를 마친 뒤 여흥을 즐기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특히 고흥군이 코로나 청정 지역 지키기에 고군분투하며, 코로나19 생활방역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방역에 솔선수범해야 할 군의장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비판이다. 30여년간 고흥군청에서 농업행정직으로 공직생활을 한 뒤 뒤늦게 정치계에 뛰어든 송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으로, 지난 6월말 제8대 고흥군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술판·춤판'은 지역의 한 유튜버가 19일 오후 해당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동영상을 올리면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론이 취재에 나서고 주민들이 "부적절하다"며 공유하면서 파문이 커지자 해당 동영상은 다음날 오후 삭제됐다. 소식을 접한 정치권과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송 의장이 '대낮 술판'으로 품위와 위상을 크게 훼손함은 물론 군의회를 욕보였다"며 "이번 음주 추태 논란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흥 민주당 당원도 "군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 수장이 부린 추태에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지금 이 시국에 그런 추태를 보일 수 있나.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성토했다.   

주민 김아무개(56)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로 서민들은 살기가 팍팍하고 일상의 피곤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지도자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며 "지도자는 그 직에 맞는 품위를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지방의회 수장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영현 의장은 "이날 행사는 고흥지구 라이온스클럽 회원 자격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부 회원들의 다소 서먹한 행사장 분위기를 띄어달라는 요청에 이끌려 가다보니 발생한 일로, 추태를 보였다기보다 분위기에 편승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송 의장은 "그럼에도 일부에서 잘못된 일로 여긴다면 잘못된 것"이라며 "잘못은 고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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