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노무현, 조국으로 더럽혀져..文은 586에 관리당해"

원선우 기자 2020. 11. 2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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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독립서점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출간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천년의상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혼까지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조국처럼 안 살아”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진 전 교수는 “조국이 노무현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노무현은 누구처럼 학벌에 집착하지 않았다. 딸이 시험을 망쳐도 그는 ‘수학을 못해서 그렇지 좋은 딸'이라 말했다”고 했다. 이어 “누구처럼 책임을 가족에게 지우지도 않았다. 외려 가족의 잘못까지 뒤집어썼다”며 “누구처럼 저 하나 살겠다고 진보를 죽이지도 않았다. 노무현은 자신이 죽어도 진보는 살아야 하기에 그 절망적 순간에 지지자들을 향해 ‘이제 나를 버리라'고 요구했다”고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연설./TV조선

여기서 ‘누구’는 조국 전 장관으로 해석됐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자녀를 명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각종 증명서 등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전 장관 부부는 ‘사모 펀드' 조성과 관련해서도 조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진 전 교수가 조 전 장관의 이런 모습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조 전 장관에 대해 “노무현을 닮기는커녕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가치와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왔다”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을 노무현 만들려다가 노무현을 조국으로 만든 것”이라며 “’노무현'이라는 상징자산은 그렇게 더럽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을 향해 “문제는 그 짓을 자칭 ‘어용지식인’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그 재단의 공식채널을 통해 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하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며 노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文 철학 부재 공간에 유시민·김어준 들어와”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사를 뚜렷이 구별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 근거로 2017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안희정 후보에 대한 극성 친문 세력의 문자 테러에 대해 “경쟁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말한 점을 꼽았다. 또 대선 당시 세월호 분향소를 방문, 희생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방명록을 쓴 것이나,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한 점을 열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3월10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적은 방명록. 희생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썼다./조선일보DB

진 전 교수는 “그러니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가 ‘내 사람이 먼저'로 변질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그래서 벌어진 것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화 운동을 하고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친구를 챙기려는 대통령의 갸륵한(?) 마음이 결국 권력형 비리로 이어진 것”이라며 “그(문 대통령)가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을 번번이 포기하는 것도 그 특유의 패밀리 철학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정말 ‘꿈’을 가진 정치가”라고 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해선 “원래 정치에 뜻이 없었다”며 “그에게는 그저 노무현의 친구였다는 이유에서 폐족이 된 친노의 복수와 복권을 위해 불려 나올 ‘운명’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이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조선일보DB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고, 그 철학으로 (민주)당이 자유주의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관리했다”고 평가한 진 전 교수는 “문재인은 다르다. 그는 실현해야 할 정치적 ‘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운명’에 이끌려 정치 무대로 불려 나왔다”고 했다. 이어 “젊은 386을 영입해 민주주의 이념 아래 놓았던 두 전직 대통령과 달리, 그는 자기 철학 없이 이미 주류가 된 586에게 옹립당하고 관리당하는 처지에 가깝다”고 썼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의 ‘철학’이 부재하는 자리를 ‘유시민의 날조’와 ‘김어준의 선동’이 채운다고도 지적했다.

◇”민주당은 친문 자위도구”

진 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에 대해 “’팬에 기초한(fan based)’ 정치였을 뿐 팬덤 정치는 아니었다”며 “남의 커뮤니티에 들어갈 때는 예의를 지켰고, 들어가서는 그곳 사람들을 ‘논리’로 설득했다”며 “당선된 (노무현) 후보가 ‘이제 뭐 하실 겁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들은 ‘감시, 감시!’라 외치며, 그를 감시하려고 모임을 해체했다”고 썼다.

지난해 여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법적폐 청산 범국민시민연대 회원들이 '조국 수호 사법적폐 청산' 집회를 열고 있다./장련성 기자

그러면서 이른바 ‘문팬’ ‘문파’에 대해선 “문재인 팬덤은 다르다”며 “문 팬덤의 토대는 후보의 이미지에 대한 ‘정서적 유착’이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고 썼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도 이를 안다”며 “그래서 팬들의 패악질을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 미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렇게 사랑이 개입하니 정치의 본질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라며 “그래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주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수처 법안에 대해 당론과는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징계 받은 뒤 공천에서 탈락한 금태섭 전 의원을 거론했다.

조국 전 장관을 검찰 개혁을 위한 '순교자'로 묘사한 이미지. 친조국 진영에서 제작한 것으로, 조 전 장관이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진 전 교수는 “(금태섭 사태를 통해) 문 팬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친문’이나 ‘친조국’이 아니면 그 당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가르쳐줬다”며 “당이 그들에게 휘둘릴수록 현실이 자신들의 바람대로 움직인다는 팬덤의 망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팬덤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자위 도구가 됐다”며 “팬덤을 쫓아 그들의 망상 속으로 따라 들어가버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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