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도 치킨 기프티콘도 '그림의 떡'.. 스마트폰 없애보니

이승현 입력 2020. 11.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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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피하려 피처폰으로 갈아탔지만.. '스마트폰 중심 사회' 한계 부딪혀

[이승현 기자]

 필자가 쓰고 있는 피처폰(LG Folder | LM-Y110S)의 상품가입정보
ⓒ sk7mobile
피처폰이라는 '다시 만난 세계'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 신천지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터졌다. 부대에서는 복귀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집에서 전역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집 안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온종일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군대에서는 제한된 시간에만 쓸 수 있던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쓴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3월이 되어 학교가 개강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강의들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었다. 온라인 강의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었고, 수업시간에 다루지 못했던 부분은 과제로 대체되었다.

과제가 많아졌으면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 둘 법도 한데, 습관이 참 무서웠다. 과제를 미루고 스마트폰 화면만 본 결과 중간고사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받게 되었다. 군대 있을 땐 밖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끼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피처폰(카메라, 음악 재생 같은 간단한 기능만 넣은 폰)으로 바꾸었다.

스마트폰을 없애고 처음 알게 된 건 스마트폰에 뺏기는 시간, 에너지가 무척 크다는 것이었다. 평소 생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밥 먹을 때는 시선을 화면에 빼앗긴 채 먹다 보니 눈은 즐거웠지만 음식의 매운맛, 짠맛, 단맛 등 자극적인 맛만 느껴졌다. 이젠 휴대폰을 안 보게 되니 조금 지루할지 몰라도 음식을 씹고 삼키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음식의 맛,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있을 때는 책을 읽다가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찾아볼 수 있었다. 모르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어 좋았지만, 이는 다르게 생각하면 텍스트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과정을 생략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잠깐은 불편했지만 궁금한 점을 바로 찾지 않고 계속 책을 읽다 보니 책에 더 몰입할 수 있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아니라서 참 서럽습니다 
 
 집 주위에 있는 따릉이 대여소에 이용가능한 자전거 현황
ⓒ 서울특별시 따릉이 공식홈페이지
 
하지만 예상 외의 단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따릉이'를 이용할 때가 대표적이었다. '따릉이'는 2015년 10월부터 서울시에서 정식 운영을 시행한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다. 2019년까지는 LCD 단말기를 부착해 이용 요금을 결재하는 '따릉이' 한 종류만 존재했으나, 2020년 3월부터 QR코드를 인식하여 대여하는 방식의 '뉴따릉이'가 생겨났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2년까지 LCD 자전거를 철수하고 QR 따릉이로 전부 교체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기존 LCD 따릉이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서 티머니 카드를 등록한 뒤 이용권을 결재하면 LCD 단말기를 통해 현장에서 즉시 결재할 수 있다. 즉, 스마트폰 없이도 따릉이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QR 따릉이다. 블루투스, GPS 기능 두 가지가 존재해야만 결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QR 따릉이를 대여하려면 스마트폰은 필수다.

스마트폰이 없어 불편함을 느끼는 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QR 따릉이가 새로 도입된다는 공지사항에 달린 댓글에서도, Q&A 게시판에서도 따릉이 결재 방식에 대한 질문이 올라와 있었다. 서울시는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고려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답변했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듯하다. 

필자도 스마트폰을 없앤 이후로 따릉이를 이용한 적이 있다. 티머니 카드를 직접 구해 온라인에서 결재하는 과정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으로서 겪어야 할 추가 절차라고 이해할 수 있다. 정말로 불편했던 부분은 LCD 따릉이가 점점 줄고 있어, 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변 대여소를 찾아봐도 대부분 QR 따릉이가 차지하고 있었고, LCD 따릉이를 찾으려면 먼 곳까지 걸어가야 했다. 대여소에 찾아가더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LCD 따릉이를 먼저 빌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모바일버전(좌), 카카오톡 PC버전(우) 비교. PC버전에서는 ‘모바일에서 사용하세요’라는 문구가 있어 기프티콘을 쓸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 이승현
피처폰으로 바꾼 후 첫 생일을 맞았을 때도 문제가 생겼다. 주변 지인들은 생일선물로 기프티콘을 보냈다. 그러나 PC버전에서는 기프티콘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모바일로 확인하세요' 문구만 달려 있을 뿐이었다. 결국 기프티콘을 사용하기 위해 뒤어서 언급할 '앱플레이어'를 써서 바코드를 띄운 뒤, 직접 캡처하는 수고를 들여 겨우 사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모바일 카카오톡에서 할 수 있는 송금, 배달주문 등도 PC버전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카카오에서 개발한 다른 앱들은 PC에서 다운조차 받지 못한다. 평소 다니던 단골 미용실은 '카카오헤어샵' 어플로만 예약이 가능했다. 컴퓨터에 '카카오헤어샵' 어플을 설치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미용실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대안은 있지만

다만,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고도 어플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컴퓨터에 '앱플레이어'를 설치하여 구글 플레이 계정을 등록하면 평소 사용하던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다만, 앱플레이어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모바일 게임을 컴퓨터에서 수월하게 작동시킬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작동을 보장하진 않는다.

일부 어플에서는 한/영 변환이 작동하지 않아 메모장에 글을 적은 뒤 붙여넣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어플 자체 접속이 차단되기도 한다. 특히 현재 위치 정보(GPS)가 필요하거나, 개인 보안 정보를 요구하는 어플에서는 앱플레이어 접속이 차단될 확률이 높다.    

보안문제 또한 존재한다. 게임 전문 매체 <디스이즈게임>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초 해커들이 '.test'라는 가상화폐를 캐는 프로그램(채굴기)을 앱플레이어와 함께 설치하도록 만들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채굴기 앱을 컴퓨터에 설치해 CPU 같은 연산장치를 혹사시켜 하드웨어 부담은 설치한 사람에게 떠넘기고 해커들은 가상화폐만 챙기는 방식이다.

프로그램 자체가 보안에 취약한 경우도 있고 멀쩡한 파일을 해커들이 악성코드를 추가하여 다운로드를 유도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에게는 편리한 기능일지 모르지만, 보안 문제도 안고 있는 양날의 검이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우회로'는 아니다. 

스마트폰 없어도 컨텐츠를 누릴 수 있어야 

피처폰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피처폰 가입자 수는 495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2015년 12월 999만2859명으로 집계돼 1000만명 선이 무너진 뒤 피처폰 가입자는 급격히 줄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피처폰 가입자가 500만 명이라는 건 국민 10% 이상이 아직까지도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따릉이 관련 예산은 324억이었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월간 사용자 수는 3559만 명으로, 스마트폰을 쓰지 않더라도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500만 명의 사람들이 국민 대다수가 쓰는 어플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지자체가 보편적 대중교통 수단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궁극적으로 ('따릉이' 사업이) 피처폰 사용자를 배제하는 사업이 아니라면 꼭 기존의 대여카드 방법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한 누리꾼이 따릉이 결재 방식과 관련해 남긴 질문글의 일부다. 이 내용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을 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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