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실내폭포가 쏟아지는 '주얼 창이공항'

송경은 2020. 11. 22.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의 환승허브 `주얼 창이공항` 중앙의 실내 인공폭포 `레인 보텍스`. 주얼은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23]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찌감치 도착한 창이국제공항. 체크인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일행과 함께 환승허브 '주얼(Jewel) 창이공항'으로 향했다. 건물 중앙부 광장에 들어섰는데 천장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인공폭포 '레인 보텍스(Rain Vortex)'였다. 낙차가 40m에 달하는 폭포를 중심으로 주변이 하나의 거대한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 규모에 압도돼 분명 실내인데도 숲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건설비용만 17억싱가포르달러(약 1조4100억원)가 투입된 주얼은 지난해 4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창이공항의 터미널 4개 가운데 터미널 1·2·3을 연결하는 복합 문화시설로 쇼핑센터와 식당가, 휴게 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13만5700㎡ 규모의 도넛 모양으로 건물 안쪽 5층 규모의 실내 정원 '포레스트 밸리(Forest Valley)'가 중앙의 중정(中庭·건물 내부의 뜰)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투명한 유리 돔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쏟아지는 포레스트 밸리에는 900여 그루의 나무와 6만여 개의 관목 등 전 세계 다양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주얼의 실내 정원 `포레스트 밸리` 전경(왼쪽). 중앙의 가로지르는 다리는 바닥이 유리로 된 `캐노피 브리지`다. 오른쪽은 도넛 모양의 건물을 내려다본 모습. /사진 제공=창이국제공항·사프디 아키텍츠
주얼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이스라엘계 캐나다 건축가 모셰 사프디가 설계했다. 특히 포레스트 밸리는 미국 뉴욕의 '9·11 메모리얼 가든' 조경을 맡은 세계적인 조경사 피터 워커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사프디는 주얼의 정원을 가리켜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자연과 시장에서의 경험을 한데 엮은 주얼은 공항을 '정원 속 도시' 싱가포르의 활기 넘치는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지자 사람들이 폭포 가까이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인공폭포 라이트쇼를 보기 위해서다. 포레스트 밸리에서는 매일 오후 7시 반부터 새벽 12시 반까지 1시간 간격으로 음악과 함께 폭포수를 배경으로 라이트쇼가 진행된다. 쇼 직전 조명이 완전히 꺼지더니 천장에서 물안개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물줄기를 따라 색색의 빛이 흘러내렸다. 정말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신비로웠다.

사람들이 포레스트 밸리에서 인공폭포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포레스트 밸리는 기본적으로 자연 빗물을 활용한다. 주얼의 유리 천장에는 빗물을 모아 건물 내부로 재순환시킬 수 있는 둥근 창이 있다. 이 지역에 빈번한 뇌우가 있을 때는 분당 최대 1만갤런(약 3만8000ℓ)의 물이 레인 보텍스 폭포수로 쏟아진다. 이런 물의 흐름은 실내 정원과 건물 운영에 필요한 수자원의 재순환뿐만 아니라 환기와 냉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물 5층에는 포레스트 밸리 산책로와 연결된 캐노피 공원에 다양한 액티비티 시설이 조성돼 있었다. '캐노피 브리지'의 투명한 유리 바닥 위를 걸으면서 정원 전경을 볼 수도 있고, 나무들 사이에 대형 그물을 설치해놓은 '스카이 네츠'에서 숲속을 뛰어 다니며 놀 수도 있다. 그물의 가장 높은 지점이 지상 8m 수준이다. 그 밖에 미끄럼틀을 타며 즐기는 '디스커버리 슬라이드'와 거울 미로, 구름 놀이터, 원예 작품을 볼 수 있는 산책길 등이 있었다.

주얼 5층의 캐노피 공원에 있는 액티비티 시설. 왼쪽은 정원의 나무들 사이를 다닐 수 있는 `스카이 네츠`. 오른쪽은 `디스커버리 슬라이드`다. /사진 제공=창이국제공항
주얼은 공항의 터미널 1뿐만 아니라 창이 버스 터미널과도 직접 연결돼 있다. 공항 연계공간이지만 여행객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시민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공항 터미널 2와 3에서는 보행자 다리를 통해 접근할 수 있고 터미널 간을 이동하는 모노레일 열차는 정원을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직접 정원에 가보지 못하는 여행객들도 풍경을 살짝 맛볼 수 있다. 한편 창이국제공항은 영국 항공 서비스 조사기관인 스카이트랙스의 공항 평가 순위에서 2013년 인천국제공항을 제친 이후로 올해까지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