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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트럼프는 언제든 온다..지역 쇠퇴의 민낯 [스토리텔링경제]

전슬기 입력 2020.11.22. 10:05 수정 2020.11.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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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돌아보기

경합 지역 재검표가 ‘바이든 승리’로 나오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확정되는 분위기다. 선거는 이를 통해 드러난 사회상을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으로 찍는 것과 같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고향, 선진국으로 칭했던 미국의 대선은 오히려 부정 선거 시비, 주별 제각각 선거 방침 등 혼란을 보였다. 그리고 바이든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언제든 제2의, 제3의 트럼프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은 바뀌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던 토양은 그대로라는 미국 대선 결과를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과 돌아봤다. 최 위원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 세계 상황을 전달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다.

미국 "각 주는 하나의 나라"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미국 대선은 혼란 그 자체였다. 많은 사람이 참여한 우편투표의 경우 위조 논란에 주별로 유효투표 인정 여부까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복 거부까지 들고 나왔다. 우리나라 대선과 비교하면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최 위원은 이에 대해 “각 주를 하나의 나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50개의 나라가 사실상 하나의 국가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때 여러 자치주가 연합 국가를 세웠다. 미국 대선이 일사분란하지 않은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주에 나라처럼 별도 법률과 세금 등이 있다”며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각 주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는 우리 주 의사 결정을 워싱턴 D.C에 통보하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각 주별로 개표 방침 등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최 위원은 “미국은 18세기 만든 제도를 덕지덕지 수정해 21세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며 “서로 과도한 힘을 쓰지 못하게 비효율을 감내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연히 당선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승리로 정리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니 이제는 바이든 시대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제 2의, 제3의 트럼프까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의 배경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트럼프는 우연히 당선된 것이 아니다.

주 독립성이 강한 탓에 미국은 평생 한 주에 사는 사람이 많다. 지역 경제 변화가 개인의 삶에 더 충격을 준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경제 구조 변화의 피해를 단순 명료하게 끄집어냈다. 최 위원은 “민주당 지지자였던 할아버지, 아버지를 따라 똑같이 공장 노동자로 살던 아들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회사가 멕시코, 중국 등으로 공장을 옮긴다. 제조업 쇠퇴와 글로벌화의 금융, IT(정보통신) 발달에 따라 사람들은 미국 양쪽 해안으로 몰려간다. 좋은 대학도 양 해변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중간 지역은 텅 빈다. 동네 황폐화에 기본 삶의 시스템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의 뿌리가 뽑히는데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이 때 트럼프가 너무 쉽게 설명한다. ‘이것이 다 중국 때문이다. 이것이 다 이민자 때문이다’ 트럼프는 2016년 기준으로 숨어 있던 사회의 불만을 꺼낸 것”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현재 미국 지도를 보면 양 해변은 파란색(민주당), 가운데는 빨간색(공화당)의 정치 색깔을 띄고 있다. 제조업 쇠퇴에 따른 북부 ‘러스트 벨트’, 농촌 지역이 많은 중·남부 지역에서 공화당 지지가 나오고 있다.

대도시가 누른 소도시의 힘…언제든 튀어 오른다
그렇다면 바이든 당선으로 미국은 달라졌을까. 최 위원은 단박에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도시의 힘이 소도시의 힘을 눌렀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공화당→민주당’으로 민심이 바뀐 지역은 러스트 벨트 지역의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과 남부 지역의 애리조나·조지아 등이다.

최 위원은 “4년 동안 젊은 세력이 유입되면서 정치 색깔이 바뀐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남부 지역의 텍사스도 석유 화학 일자리에 집값이 싸면서 젊은이들이 이사했고, 공화당이 이겼지만 도시 쪽은 예전만큼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소도시에서 무시무시한 표를 끌어냈는데, 도시 젊은이들이 열정적으로 결집해 이를 누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번 대선을 통해 더 뚜렷하게 분열됐다고 봐야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농촌 지역 득표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33%포인트 많았다. 4년 전에 비해 민주-공화당 격차가 1%포인트 커졌다. 반면 초고밀 도시 지역은 바이든 당선인이 29%포인트 앞섰다. 양당 격차가 직전 대비 4%포인트 더 벌어졌다.

분열은 언제든 다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최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에서 탈락한 이들에게 ‘나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각인시켰다”며 “바이든 시대가 됐지만 이 토양은 그대로이며,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들을 충족시킬 제2의, 제3의 트럼프는 언제든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도시 외 사막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이라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며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의 사회상, 전 세계의 어두운 내면이다”고 강조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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