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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희귀작 소장 기회..경매 큰장 선다

조상인 기자 입력 2020.11.22. 13:31 수정 2020.11.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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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24일 '온라인 경매'
김환기·워홀·오피 등 총출동
25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엔
권진규 조각작품 9점 등 선봬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풍경화 ‘월드게이트 숲에 도착한 봄, 2011년 동부 요크셔’. 추정가는 8,000만~1억5,000만원. /사진제공=서울옥션
[서울경제] 전염병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백신 개발 이후의 낙관론이 교차하는 시점.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취소 등으로 미술시장이 위축되고 고가의 미술품이 덜 팔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림 거래가 줄어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팔리는 미술품은 있다. 통상 경제 불황기에는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유명 작가의 작품이 가격 상승 여지가 높은 안전 자산으로 더욱 선호된다. 거장 혹은 마스터로 불리는 유명작가들은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고 하락 가능성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름값 높은 작가일수록 불황을 모르고 팔리는 이유다.
김환기 ‘무제’. 추정가는 3,500만~5,000만원. /사진제공=서울옥션
경매시장에서도 올해 키워드는 ‘거장’이다. 예년 같았으면 홍콩경매, 메이저경매로 떠들썩했을 경매시장이 올해는 차분하지만 실속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기 불황 때문에 급하게 시장에 나오는 거장의 희귀작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다.

서울옥션(063170)은 코로나19로 홍콩 현지 경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거장들의 판화전으로 특별기획한 ‘블랙랏 온라인경매’를 오는 24일 진행한다. 총 114점, 약 12억원 규모인데 김환기·백남준·이우환 등 한국의 대표작가부터 앤디 워홀·데이비드 호크니·줄리안 오피·데미안 허스트 등 서양 거장과 요시토모 나라·야요이 쿠사마·미스터까지 출품작가들이 화려하다. 종이에 과슈로 제작한 김환기의 푸른 색면 추상작품 ‘무제’의 추정가는 3,500만~5,000만원이다. 백남준의 판화(이하 추정가 80만~200만원)부터 미디어아트 작품 ‘보이스 복스’(3,200만~6,000만원)도 만날 수 있다. 이우환의 작품도 9점이나 나왔다. 20개 에디션으로 제작된 검은색 점의 ‘대화:바다와 섬4’(1,200만~3,000만원) 등은 원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난 2018년 그림 한 점이 1,018억원에 팔리며 생존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25개 에디션은 각 추정가가 8,000만~1억5,000만원이다. 유화가 수십억원 대에 거래되는 요시토모 나라의 판화는 에디션 1,000개짜리 작품을 추정가 60만~150만원에 소장할 수 있다.

요시토모 나라 ‘리얼 원’. 추정가는 60만~150만원. /사진제공=서울옥션
오는 25일 열리는 케이옥션 경매는 한국 미술사의 거장으로 좀 더 집중했다. 좀처럼 작품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권진규의 조각 9점이 새 주인을 찾는 자리라 쏠리는 관심이 남다르다. 대부업체 담보로 잡혔던 권진규의 작품과 기록물 700여 점을 되찾아올 자금 마련을 위해 유족이 택한 고육지책이다. 대부업체 수장고에서 되찾은 작품들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돼 내년 6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경매에는 상경, 혜정, 선자 등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테라코타 인물상 3점, 사람과 말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기마상 1점, 희귀작인 테라코타 추상 부조 4점과 나무 초상 조각 등 총 9점이 출품됐다. 낮은 추정가 합계가 14억원 규모다.
권진규의 테라코타 ‘상경’. 추정가는 2억5,000만~5억원. /사진제공=케이옥션
조각가 권진규는 우리 교과서 뿐만 아니라 일본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릴 만큼 중요한 예술가다. 권진규는 1971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리얼리즘을 정립하고 싶다”면서 “우리 조각은 신라 때 위대했고 고려 때 정지했고 조선조 때는 바로크화(장식화) 했다. 지금의 조각은 외국 작품의 모방을 하게 돼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며 신념을 드러냈다. 흔히 조각을 청동이 완성형이라 생각하지만 작가가 손으로 직접 빚는 것은 석고나 테라코타다. 특히 권진규는 “돌도 썩고 브론즈도 썩으나 고대의 부장품이었던 테라코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잘 썩지 않는다”면서 “작가로서 불장난에서 오는 우연성을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고 브론즈같이 결정적 순간에 딴 사람(끝손질하는 기술자)에게로 가는 게 없다는 점”을 중시했다. 권진규가 남긴 테라코타는 약 200여 점에 불과하다.
오지호 ‘금강산 보덕암’. 추정가는 3,000만~1억원. /사진제공=케이옥션
한국적 인상주의를 정립한 오지호의 1936년작 ‘금강산 보덕암’(3,000만~1억원)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화가의 1930년대 작품이라 사료적 가치도 높다. 일본에서 유학했으나 일제가 주관하는 전시에 참여하지 않고 민족주의적 활동을 하다 36세에 요절한 황술조의 작품으로, 1980년 미술잡지 표지에도 실렸던 ‘정물’(8,000만~1억5,000만원)도 경매에 오른다. 조선인 최초로 일본 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한 3인 중 한 명이었던 신홍휴의 ‘정물’(600만~1,500만원)을 비롯해 황영진, 함대정, 홍종명 등 경매에서 만나기 어려운 근대기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김환기의 1958년작 ‘항아리와 날으는 새’(9억~17억원)와 이중섭의 1954년작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8억 5,000만~15억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출품작들은 경매 당일까지 각 사옥에서 진행되는 프리뷰를 통해 실물을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이중섭 ‘물고기와 석류와 가족’. 추정가는 8억5,000만~15억원. /사진제공=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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