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엄마들이 엎드린다..추위속 1000명 줄서는 이 바위

백경서 입력 2020. 11. 22. 15:00 수정 2020. 11. 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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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2주 미뤄진 수능 눈앞
자녀 대입 성공 기원하는 부모들 '발길'


새벽 추위 속 부처가 갓쓴 바위에 기도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에서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처가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한 바위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팔공산 ‘갓바위’. 경북 경산 팔공산의 남쪽 봉우리인 해발 850m 관봉 아래 위치한 팔공산 갓바위는 수능 기도 명당으로 유명하다. 바위의 갓이 대학의 박사모처럼 보여 대학 입시에 영험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믿음을 줘서다.

올해 갓바위의 기도 열기는 평년보다 훨씬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을 덮치면서 등교 중지 등 수능 준비에 어려움을 겪은 자녀의 대학 입시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의 바람이 더욱 간절해지면서다.

김모(49·대구 동구)씨는 “둘째 딸의 수능을 앞두고 108배를 하러 주말이면 갓바위를 찾는다”며 “큰 애가 수능을 치를 때는 거의 매일 와서 절을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주말 새벽에만 남편과 함께 갓바위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이 코로나19 사태를 잘 이겨내고 공부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하는 마음에 온 마음을 다해서 기도한다”고 말했다.

팔공산자연공원갓바위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지난해 이맘때쯤과 비교하면 방문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11월 갓바위 방문객은 주말 3000명, 평일 1000명 정도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를 찾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그래도 자녀의 수능 대박을 기도하는 학부모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는 게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설명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수능이 다음달 3일로 평년보다 2주 미뤄졌지만, 최근 추운 새벽 갓바위 앞에는 방석 위에 자녀의 증명사진과 불교 경전을 옮겨 적은 사경(寫經)을 두고 절을 하는 부모로 붐비고 있다.

팔공산자연공원갓바위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해가 뜨기 전부터 두꺼운 패딩을 입은 부모가 절을 하러 오기 시작한다”며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부모 마음은 더 간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팔공산 갓바위는 석불 좌상이다.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으로 높이 4m 불상의 머리에 두께 15㎝, 지름 180㎝의 넓적한 돌이 얹혀 있는 독특한 형상이다. 부처가 갓을 쓴 것처럼 보여 갓바위 부처로도 불린다.

팔공산 갓바위는 통일신라시대 선덕여왕 7년(638년) 원광법사의 수제자 의현대사가 어머니 넋을 기리기 위해 돌을 쪼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반대로 부모가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야외 도량(道場)이 됐다. 굳게 다문 입술이 근엄하게 느껴지는 갓바위 부처의 시선이 동남쪽인 부산·울산·경남지역을 향하고 있다고 해서 유달리 그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수능 당일에는 해가 뜨지 않은 오전 4시만 되도 이미 자리가 꽉 찰 정도다.

갓바위 옆에는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시는 갓바위 약사여래불께 기도를 올려 보세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당신의 소원은 꼭 이뤄질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를 찾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며 초에 불을 밝혔다. 중앙포토

경북 영천시 북안면에 위치한 돌할매공원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입시철이면 학부모들이 찾는 대표적인 기도 명당이다. 돌할매공원에 가면 자그마한 사당 안에 타조알 모양의 돌 하나가 놓여 있다. 무게 10㎏, 지름 25㎝의 화강암 ‘돌할매’다.

이 앞에서 향초를 피우고 소원을 말한 뒤 돌할매를 들어 올릴 때 돌할매의 무게가 처음보다 무겁거나 들리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수능 날이면 학부모들이 이 돌할매에 자녀의 수능 대박을 기도하기 위해 30분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경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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