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적법, 남이 하면 위법? 추미애 특활비는 '내적남불'

양은경 기자 2020. 11. 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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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찰 간부들에게 1000여만원의 현찰을 특활비로 지급한 것과 관련, 추미애 장관과 법무부가 내놓은 입장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특활비 사용을 인정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도 추 장관이 윤 총장의 특활비 사용을 문제삼을 뜻을 비치자 ‘내적남불’(내가 하면 적법, 상대방이 하면 불법)식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 국장은 지난 10월 ’2021년 신임 검사 역량평가' 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차장·부장검사 24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돈봉투에 넣어 지급했다. 봉투에는 심국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자 법무부는 21일 “통상의 예산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집행한 것”이라고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일선 청 복귀 후 수사업무 지원 및 보안이 요구되는 신임 검사 선발 업무 수행 지원을 위해 용도를 명백히 적시해 사용했다”고 했다.

이는 법무부가 사실상 해당 돈의 출처가 특활비임을 인정하면서, ‘용도 위반’논란을 의식해 내놓은 변명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기재부 예산 지침에 따르면 특활비 사용 범위는 ‘기밀 유지를 위한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으로 한정돼 있어 심 국장이 특활비 예산으로 격려금을 줬다면 지침 위반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검찰국은 수사가 아닌 인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검찰국장이 검사 면접위원에게 준 돈은 수사 내지 정보활동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법무부 변명은 일선 청에서 수사업무를 할 검사의 선발업무에 지급했으니 결국 ‘수사 지원 업무’ 라는 억지 논리”라고 했다.

◇ ‘위법 ' 논란 검찰국이 윤 총장 특활비 감독?

추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검찰국장은 장관 심복이 아니다”면서 “검찰국은 일선의 예산을 지도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서 수령자는 특수활동비 목적에 사용해야 하고 그것은 사후 회계와 점검 대상”이라고 했다. 심 국장의 특활비 지급에 대한 ‘위법’논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활비 사용에 대한 감찰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윤 총장이 94억원의 대검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다음날 감찰을 지시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특활비 일부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정황이 드러난 이상 감찰 주체로서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추 장관이 ‘검찰국은 일선의 예산을 지도감독하는 담당 부서’라며 이 문제의 감독 주체로 검찰국을 꼽은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활비 사용을 두고 ‘위법’논란에 휩싸인 검찰국이 현재로서는 ‘부정 사용’이 드러난 게 없는 윤 총장의 특활비 집행을 감독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 김근식 “秋 논리라면 한동훈도 윤석열 측근 아냐”

추 장관이 “법무부는 장관의 사조직이 아니고, 직제상 보직자인 검찰국장은 장관 심복이 아니다”고 한 것 스스로 발목을 잡는 대응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추 장관 논리라면 한동훈 검사장도 윤 총장 ‘측근’이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총장의 사조직이 아니고 직제상 보직자인 반부패부장은 검찰총장 측근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왜 채널 A 사건에서는 총장 측근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총장의 수사지휘권까지 배제했냐”고 했다. 지난 7월 추 장관은 윤 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이유로 윤 총장이 이 사건 보고와 지휘에 완전히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한 검사장을 기소하지도 못했고,이동재 전 채널 A기자 사건 공소장에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법무부의 표어는 내적남불, 내가 하면 적법, 니가 하면 불법”이라고 했다.그는 “법무부는 추미애의 사조직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자기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있었고 취임 후에 온갖 충성을 바치다가 후배검사에게 ‘너도 검사냐’는 소리까지 들은 사람도 심복 축에 끼지 못한다면 대체 추미애의 심복들은 얼마나 극성스러울지 (모르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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