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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첫 고비 넘을까

박관규 입력 2020.11.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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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소송, 임시주총, 직원갈등 첩첩산중
첫 관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25일 심문
"인수가 유일한 해결책" VS "경영상 시급하지 않아" 
인수 반대 직원들 "굴러온 돌 머리 숙여라"
주주도 노조도 대립 격화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요 일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이 첫 고비를 맞고 있다. 가장 우려했던 항공업 독과점 논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인 것과 별개로, KCGI(강성부 펀드)가 제기한 법정 다툼이 25일부터 벌어지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번 인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어 벌써부터 차선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CGI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따른 첫 심문일이 25일로 확정됐다. 이 소송을 낸 KCGI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산은이 주도한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발행이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함께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해 조원태 회장과 대립 중이다. KCGI는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 대출까지 마쳤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진칼에 투자할 준비를 해놨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CGI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 인수자금 확보가 어려운 대한항공은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접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인용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이번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판례를 기준으로 보면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위법 소지가 있는 데다, 한진칼 이사회가 주주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부분도 인수합병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즉 신주 발행이 경영에 시급하게 필요하지 않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태.

산은과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 재편을 위해선 인수합병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인용 여부 검토를 마쳤다”며 “가처분 인용 때는 거래가 무산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2일이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 마감일이어서 법원 판단은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 나올 전망이다.

3자 연합은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한 상태다. 주주를 상대로 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한진칼 이사회가 임시 주총 소집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재소집하려면 빨라야 산은 유상증자가 이뤄진 후인 내년 1월에나 가능해 소집 성과를 거두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18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사 통합 계획이 발표된 이후 주주뿐 아니라 직원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선 인수를 반대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아시아나 파산되길 기도한다”, “아시아나 출신들 보면 더 안 잘해주고 싶을 듯”, “굴러온 돌들이 먼저 머리 숙이고 잘 봐달라고 해야지”라며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간에도 입장차도 분명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정부가 제시하지 않으면 법적, 물리적 대응을 통해 인수합병을 저지하는 행동을 벌인다고 경고했다. 반면 조종사를 제외한 직원 약 1만2,000명이 가입된 대한항공노조는 인수 결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독과점 판단 여부에 더해 KCGI 소송, 직원 간 대립 등의 요인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양사 통합이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한 차선책임을 감안하면 항공수요 확보, 사업 다각화 등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벌이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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