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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더한 바이든 행정부? 최악 상황 '배수의 진' 친 시진핑 [글로벌 리포트]

정지우 입력 2020.11.22. 16:18 수정 2020.11.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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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공세로 다시 전환
시 "한국전쟁은 美 제국주의 침략"
브릭스·APEC서 美 일방주의 비판
내부결속·우호국 확보 두토끼 노려
경제서도 '국가 굴기' 강조
막힌 무역 대신 내수 육성해 성장
美 제재로 첨단부품 확보에 난항
결국 국내소비 확대로 활로 모색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대 경쟁국 중국도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대중국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은 가능해도 정권 인수 비협조로 명확히 드러난 것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배수의 진을 쳤다. 다자주의 복귀, 동맹 네트워크 강화, 인권 문제 등 트럼프 행정부가 소홀했던 분야까지 재등장할 것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일방주의나 디커플링(탈동조화) 등 미국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자국 중심의 단결을 연일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나만의 길'이다.

■정치, 내부결속→자제→비판

중국이 미국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여부는 최고 지도부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한 국가의 대외정책은 최고위층의 인식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사실상 크다. 또 이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며 상대방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겨냥 발언은 지난달 중순 한국전쟁을 뜻하는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조선을 도운)전쟁'에서 강화됐다. 그는 중국 인민지원권의 승리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칭했다. 중국은 매년 항미원조전쟁에 대해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 동안은 중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가 필요했다는 게 참전 정당화의 논리였다. 하지만 올해는 명시적으로 '미 제국주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당시처럼 내부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주문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10년 전과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강해졌다"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그 동안 말하지 못한 것을 항미원조전쟁 기념식을 계기로 꺼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같은 달 말에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5중전회) 이후엔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개발계획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내부결속을 연일 주문했다.

직접적인 미국 언급에서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중국 지도부와 관영 매체도 시 주석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홍보했다. 미 선거를 앞두고 미중 사이의 엉켰던 실타래를 풀려는 노력도 감지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미중 대립과 무력충돌 회피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미국 대선 당일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도 시 주석은 별다른 강도 높은 발언은 없었다. 외교가에선 이른바 중국의 핵심이익이나 발전이익을 건드리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외 개방 확대 등 평이한 내용으로 연설은 채워졌다.

하지만 대선 이후 시 주석의 발언은 공격적으로 재전환됐다. 그는 10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다자주의와 일반주의를 다시 꺼내들었다. 중국은 국제적 행사에서 미국을 비난할 때 주로 일방주의나 보호주의를 거론한다. 반면 중국 자신은 다자주의 수호자로 분류한다.

시 주석은 "다자주의는 반드시 일방주의에 승리할 것"이라며 "중국의 발전은 세계에서 동떨어질 수 없으며 세계의 번영에는 중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차기 정권에 부담을 주기 위해 중국 공세를 강화한다는 외신 보도 이후 시 주석의 발언은 더 날이 섰다. 그는 지난 17일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국가들 앞에서 "규칙과 법을 무시하고 일방주의를 일삼으며 다자간 기구에서 탈퇴하고 합의를 어기는 것은 전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바람에 어긋난다"면서 "이런 행위는 모든 국가의 합법적인 권리와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틀 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대화에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만연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외개방은 멈추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주요 20개국(G20)에서도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비난을 빼놓지 않았다.

종합하면 미국의 대중국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중국 때리기도 강화되고 있는 만큼 미중 갈등 장기전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미 비판을 통해 내부결속, 우호국 확보 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美 넘어선 '中국가 굴기'

중국의 대미 경제 전략은 14.5계획에 집약돼 있다. 내수확대와 혁신, 자력갱생이 핵심이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되든, 양국 갈등은 이미 정해진 방향이기 때문에 미래는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반도체, 우주, 기술 등 일정 분야를 넘어 '중국 국가 굴기'로 확대된 셈이다.

중국의 향후 경제사회발전 방향은 내수를 기반으로 대내외 경제의 동방 성장을 뜻하는 쌍순환(이중순환) 전략이 요체다. 세계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데다 디커플링까지 겹쳐 무역과 거래가 상당부분 막혀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특징인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뒤 해외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혁신은 이를 위한 방법론이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 성장을 제조업에 의지해 왔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매년 7% 이상 고도의 성장한 것도 저렴한 인건비를 기초로 한 제조업 발전이 주요 동력이 되어 왔다. 중국이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러나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이후 더 이상 제조업 발전을 통한 국가 경제 성장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전염병 확산 우려로 무역 네트워크가 곳곳에서 마비된 데다, 미국의 제재로 완제품에 들어가는 첨단 기술 제품의 공급도 차단됐다.

공급망 중단의 대표적 분야가 반도체다. 중국은 현재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AP와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부터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반도체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작년 반도체 집적회로 수입액은 3055억달러(약 359조원)다. 항공엔진, 로봇 핵심부품,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첨단'으로 칭해지는 다른 분야 역시 대부분 수입에 기대고 있다.

소비도 내수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분야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7.8%에 달했다. 중국이 코로나19 회복 이후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향후 소비의 주체는 돈을 쓸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 맞췄다. 중국 정부는 자국 중산층 인구가 2018년 4억3600만명(31.3%)에서 2035년 8억명(54.6%)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국가 관계가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므로 스스로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의 경제 전략이다. 즉 내수확대와 혁신, 자력갱생에 방점을 찍는 자체가 미중 갈등 장기전을 위한 것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디커플링이나 신냉전구도를 반대한다면서도, 안으론 미국 중심의 서방국가를 배척한 경제 네트워크를 완성해 나가려 한다는 의미가 된다. 내부단속과 우호국 결속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 맞서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42~43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부'의 힘으로 발전한 1기였다면 앞으론 '국내'에 중심을 둔 2기가 될 것"면서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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