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도 얼지않는 물 만들어 '무거운 물→가벼운 물' 찰나 포착
영하 20℃에 달하는 한파에도 강의 표면만 얼고 강물이 모두 얼지는 않는다. 또한 액체보다 고체의 밀도가 높은 일반적인 특성과 달리 물은 얼면서 부피가 커진다. 이는 물이 다른 액체와 구분되는 변칙적인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물이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로 나뉜다고 보고 있다.
국내·외 연구진이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가벼운 물과 무거운 물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POSTECH(포항공대)은 화학과 김경환 교수팀과 스웨덴 스톡홀름대 앤더스 닐슨 교수팀이 영하 70℃에도 얼지 않은 무거운 물을 만들어 가벼운 물로 바뀌는 과정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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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70℃의 무거운 물 만들어내
물의 성질에 대한 다양한 가설 중 '액체-액체 임계점 가설'은 극도로 냉각된 조건 아래에서는 물이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로 나뉘어지며 두 물 사이에서 상태가 변화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영하 43℃ 이하의 얼지 않은 물을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이에 연구팀은 영하 70℃에서도 얼지 않은 상태의 물을 만드는 실험에 도전했다. 먼저 얼음을 녹여 순간적으로 극저온의 물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영하 160도에서 대기압의 3000배 정도의 압력을 가하면서 밀도가 높은 얼음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 얼음에 강력한 레이저로 쏘아 순간적으로 가열해 영하 70℃의 무거운 물을 만들어냈다. 이는 찰나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물이다. 그 결과 물은 다시 얼음이 되기 전까지 순간적으로 무거운 물에서 가벼운 물로 바뀌었다.
관측에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에서 나오는 X선이 쓰였다. 찰나에만 존재하는 물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극도로 밝으면서, 찰나보다 빠른 빛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X선을 쏘아 압력이 내려가면서 무거운 물이 가벼운 물로 바뀌는 과정을 관측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일종의 최첨단 ‘거대 현미경’으로 강하고 밝은 빛을 생산한다. 방사광가속기에서 나온 극자외선, X선 등을 이용하면 단백질 구조, 세포분열 과정은 물론 나노 소재 물성 변화까지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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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생명의 미스테리 푸는 단초 될 것"
이 연구 결과는 물이 원래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 두 가지의 액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다. 향후 이와 관련한 물의 여러 특성들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물이 왜 생명현상에 반드시 필요하고 적합한 존재인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학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김경환 포항공대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물의 비밀에 도전해온 세계 연구자들의 오랜 논쟁을 해소해 줄 중요한 연구결과"라며 "물이 가진 변칙적인 특성을 이해해 물과 생명의 미스테리를 푸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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