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집단' 관련 첫 권고..대상은 이해찬 '장애인 발언'

박민기 2020. 11.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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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선천적 장애인은 의자 약하다" 발언
인권위, '장애인 인권 교육 실시하라' 등 권고
사회 소수 집단 비하 등 조사·인용한 첫 사례
[서울=뉴시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1월15일 공개된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하고 있다. (사진 캡쳐 = 씀 채널)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내놓은 재발방지 대책 촉구 등 권고가 사회 소수 집단에 대한 비하표현을 진정 대상으로 삼고 권고 결정을 내린 첫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비하 발언에 대한 인권위의 결정문은 최근 민주당과 진정인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측은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이 전 대표의 행동을 문제삼고, 이 전 대표와 민주당 등에게 인권 교육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같은 달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에 '장애인 인권 교육을 실시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권고 결정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권고 결정은 인권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조치다.

인권위가 사회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비하 표현 관련 진정을 조사 대상으로 삼고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 권고 결정이 나온 이후 결정문이 공개되기까지 3개월 가까이 걸린 것도 인권위 측이 기존 입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고심하면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에 대한 인권위 결정문에는 "우리 위원회는 그동안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 비하, 모욕 등 표현 행위와 관련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해 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는 바, 이 때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는 특정 개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집단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집단 자체를 모욕하거나 비하해 그 집단에 속하는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조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이같은 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운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 사건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등애 대해서는 다수의견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상임위원은 "이 전 대표는 사회적 영향이 큰 정치인으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며 많은 장애인들에게 심한 모욕감을 줬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이런 발언이 바로 인권위의 진정사건으로 처리되는 것은 인권위 진정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리 침해 여부를 가리는 진정 절차는 소송 절차와 유사하게 본인 판단을 위한 형식적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이 전 대표의 행위가 부적절해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진정 절차로 다뤄질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1월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인재 1호로 영입한 최혜영 교수를 언급하며 "최혜영 교수 같은 경우 만나보니까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도 몰랐는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하더라.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지 않느냐. 그래서 그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 들었는데, 대화를 해보니까 그렇게 의지도 강하면서 선하다"고 말했다.

발레리나를 꿈꾸다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음에도 역경을 이겨낸 최 교수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이같은 이 전 대표의 발언들은 선천적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유튜브 채널에서 이 전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담긴 영상을 내렸고, 이 전 대표는 곧바로 사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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