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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입생 정원 16% 못채워..지방대학들 "눈앞이 캄캄"

김제림,고민서 입력 2020.11.22. 17:33 수정 2020.11.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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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이젠 전국 동시다발 퇴출위기
中·베트남 유학생 유치하려
교수들 현지서 발로 뛰며 영업
코로나로 그것마저 힘들어져
재단비리 대학 최하위 평가로
학생 국가장학금 아예 못받아
정원미달 사태로 재정난 악순환

◆ 수능 D-10 지방대가 떨고있다 ◆

경기 화성에 위치한 신경대는 내년 재정 지원 대학 Ⅱ유형으로 분류돼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100% 제한(신·편입생 기준)된다. 택지 개발이 한창인 신경대 건물 주변 모습. [고민서 기자]
성장 침체기를 넘어 퇴출 수순으로 밀려나는 대학이 늘고 있다. 교육부 평가에서 기준 점수를 넘긴 대학도, 그렇지 못해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사실상 폐교 직전에 다다른 대학까지 전방위적인 '대학 황폐화' 현상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본지가 만난 다수 대학 관계자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할 것이란 전망이 이제는 전국 동시다발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강도 차이만 있을 뿐 서울 등 주요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 없이는 운영하기 어렵거나 그나마 외국인 유학생 모집 등으로 연명하는 곳이 많다고 했다. 지방 소재 일부 사립대는 일단 학생비자를 얻어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이 불법 취업하는 통로가 됐다는 건 공공연한 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학생 모집 미달과 등록금 수입 감소, 교직원 감축·신규 채용 중단, 교육 여건 악화로 이어지는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방 사립대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조차도 경쟁력 상실로 인한 학생 수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특히 학교 내부 문제로 재정 지원 제한을 받은 대학들은 정원 미달로 생존을 고심해야 할 처지다. 이미 올해 기준 10개 대학이 재학생 충원율(정원 대비 재학생 수) 50%를 밑돌았다.

기자가 지난 19일 찾은 경기 화성시 소재 신경대는 아파트 개발이 한창인 주변 택지에 둘러싸인 작은 캠퍼스에 5층짜리 건물 두 채와 축구장 등 일부 체육 시설만 덩그러니 있었다.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듯 학교 공간 대부분이 잠긴 상황에서 학내 건물엔 '교내 비위를 제보해 달라'는 대학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내건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어 학교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 대학 학생(신·편입생 기준)들은 재정 지원 제한 Ⅱ로 분류된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장학금도 받을 수 없고, 학자금 대출 기회조차 뺏겨버린 지 오래다. 또 다른 학생은 "비교적 취업이 잘되는 과에 들어와서 다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재단 비리로 학교 운영이 이렇게 잘 안 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면서 "주변에도 과는 다르지만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신경대 신입생 충원율(2019년 3월 기준, 정원 내)은 89.2%로 다른 재정 지원 제한 대학 등을 포함한 비수도권 대학과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재학생 충원율(2019년 4월 기준, 정원 내 )은 58.6%로 뚝 떨어진다. 10명 중 4~5명 자리가 빈 채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나마 신경대가 수도권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 등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높은 편이라면 재정 지원 제한 Ⅱ에 속한 지방 대학들은 대부분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모두 반 토막도 안 된다.

일례로 경주대는 신입생 충원율이 20.5%에 불과하다. 재학생 충원율도 29.0% 수준이다. 재정 지원 제한 대학 상당수는 재단 비리→대학 평가 최하위→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제한→정원 대규모 미달→재정난 가속화→학교 부실 운영→학생·교직원 피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적은 학생들이라도 매번 모집을 해 생긴 등록금 수입으로 학생들에게 다시 장학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통해 정원을 메우는 대신 교직원 인건비는 수시로 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을 위한 복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교수들은 학교와 소송전을 벌이거나 밀린 임금이라도 받기 위해 학생들을 찾아 '영업맨'을 자처하고 있다.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대학은 학교마다 온도 차가 있을 뿐 "당장 5년 앞도 안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학령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서울'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생 모집이 대학 생사를 결정하게 됐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대학 정원 대비 신입생 충원율은 평균 84.1%다. 내년 대학 정원의 16%를 채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신입생 충원율은 2024년에는 78%, 2037년에는 63.9%로 떨어진다.

경북 소재 한 사립대 교수는 "코로나19 전엔 중국이나 베트남 현지로 외국인 유학생을 찾아 발로 뛰어다녔다"면서 "지금은 유학생 수요도 예년만큼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교 진학 설명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지방 대학 교수들은 직접 고등학교 진학부장교사 등을 만나 본교 지원을 독려하는 일이 한두 해가 아니라고 했다. 대학들은 각자 방식으로 학생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입생 전원에게 수업료 절반 이상을 면제해 주거나 교내 장학금 형태로 현금 수백만 원을 투척하기도 한다.

[김제림 기자 / 화성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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