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지배한 코로나..마크롱 "부자들만 보호 안돼" 푸틴 "백신 공유"

김연하 기자 2020. 11.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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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공동성명 초안 공개
"백신 적정한 가격, 공평한 접근 위해 지원"
팬데믹 극복·경제 회복 위한 '코로나 공동대응' 합의
"빈부 격차 확대 방지" 최빈국 채무상환 유예도 연장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여한 정상들의 모습을 합성한 단체사진이 공개됐다. ‘모두를 위한 21세기 기회 실현’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개최됐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지배했다.”

로이터통신은 21~22일(현지시간) 열린 G20 정상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851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138만명에 이른데다 주요국 경제가 고꾸라지는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각국 정상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하며 백신과 치료제·진단도구가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코로나19로 빈부 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을 우려해 최빈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채무상환유예 등의 조치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21일 로이터통신이 입수해 보도한 G20 공동성명 초안 역시 각국 정상들의 코로나19 사태 심각성에 대한 상황 인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정상들은 “우리는 대규모 면역 기능을 글로벌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공정한 백신 분배를 약속했다. 또 코로나19 사태에서 사람들의 생명과 일자리·소득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정책 수단을 계속 투입하고 다자개발은행들이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을 돕는 노력을 강화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G20 순회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개회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단기간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초래했고 전례 없는 충격을 줬다”며 “사람들과 경제는 여전히 이 충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유한 국가와 빈곤국 간의 분열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자들만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평범한 삶을 시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20의 집단적 독창성과 자원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길을 만들고 더 좋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며 G20 회원국들이 모든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공정한 접근을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다른 나라에 제공하겠다며 러시아가 제2·제3의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적 배려”를 위해 백신을 공유할 준비가 됐다며 팬데믹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량 장기 실업과 빈곤, 사회적 이탈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유엔의 우려와도 궤를 함께한다.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백신 공급의 상당량을 예약한 부유한 국가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G20 정상들로 하여금 코로나19 백신과 진단도구·치료제를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인 ACT 액셀러레이터와 백신 유통을 위한 시설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G20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진단도구와 치료제·백신 조달을 위해 올해 말까지 ACT 액셀러레이터에 45억달러(약 5조265억원)를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내놓은 성명에서도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이 확실해질 때까지 회원국들이 경제적 지원을 계속 하도록 압력을 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를 지지했다. 그는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뭉치면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결과를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다”며 빈곤국들이 백신에 접근하기 위해 세계 지도자들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강력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회복을 위한 협력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공격적인 행동과 안전조치, 획기적인 치료법, 기록적인 속도의 백신·치료제 개발 등에 대해 말했다”고만 밝혔다.

이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백신 보급 확대에 대해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와 군사력에 대해 자랑하고 코로나19 백신 2종이 미국 정부의 초고속작전(OWS) 덕분에 성공했다는 잘못된 주장을 반복했다며 팬데믹에 초점을 맞춘 다른 지도자들의 발언과는 극명하게 대조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빈곤국들의 부채 경감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로이터는 최빈국들의 채무지급유예 기한을 내년 중순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지지하는 내용도 초안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도 성명을 통해 최빈국들의 채무상환유예가 G20의 핵심 성과라고 밝혔다. 앞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G20에 “일부 국가에 영구적인 부채 탕감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빈곤의 증가와 1980년대의 무질서한 디폴트의 반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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