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백두산 화산'..남북공동연구 서둘러야 [흔들리는 지구? 아름다운 지구!]

이승렬 | 한국지질자원연구원국토지질연구본부장 2020. 11. 2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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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산 활동은 지구가 태초부터 간직하던 내부의 열을 발산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대부분의 화산 활동은 지판의 경계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바로 이 불의 고리에 위치해 지진과 화산 분화가 자주 발생한다.

한국은 판 경계에서 벗어난 판 내부 환경에 속해 있어 화산 활동이 거의 없는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지역에 해당한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동북아 지역에 분포하는 판 내부 화산들이 재활성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우리 민족의 성지인 영산 백두산이 있다.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대에 속하는 약 380개의 화산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최후기 화산체이다. 백두산 화산대는 천지를 가로지르는 북서-남동 방향의 백두산 단층대를 따라 신생대 전기 마이오세(약 2300만년 전)에서 시작된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반도의 지붕으로 불리는 개마고원도 이때 만들어졌다. 백두산은 약 130만년 전, 현재와 유사한 성층화산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화산 호수인 백두산 천지는 946년 ‘천년대분화(millennium eruption)’로 형성됐다. 천년대분화는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e Index·VEI) 7 이상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 2000년간 초대형 화산 폭발을 일으킨 5대 화산 분화 중 하나에 해당하며, 2010년 유럽 전역에 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000배에 이르는 규모이다.

백두산은 천년대분화 이후 거의 매 세기 분화했으며 1668년, 1702년, 1903년 등 최근까지도 소규모 분화 기록이 있다. 백두산의 분화 주기는 100~200년인데, 현재 백두산은 1903년 마지막 분화 이후 약 120년이 경과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백두산 천지 하부 약 5㎞ 지점에 마그마방이 존재하고 있으며, 2002년에서 2006년 사이에는 새로운 마그마가 공급돼 지진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화산체가 팽창하는 등의 화산 불안정 현상이 일어났다. 다행히 분화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면 백두산은 폭발 가능성이 높은, 매우 위험한 화산으로 급변할 수 있다.

백두산이 1000년 전과 유사한 초대형 폭발을 일으킬 경우 한반도와 주변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의 안정성과 영속성 확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화산 폭발로 인한 직접 피해뿐만 아니라 한국과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동북아 지역 전체 재난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에 위치해 백두산의 화산 분화 위험성 평가와 감시를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내 연구진과의 공동 조사·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남북 협력을 통한 민족 공동연구 추진과 실행 의지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1월 백두산연구단을 신설해 마그마 거동 특성 규명, 분화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향후 남북 공동 화산연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백두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분화할지에 대한 남북 공동연구는 우리의 생존과 미래 후손들을 위해 ‘바로 지금’ 실행돼야 할 중요한 현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승렬 | 한국지질자원연구원국토지질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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