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애물 맞닥뜨린 '대한항공·산은의 아시아나 인수'
인용 가능성 작지만 배제할 순 없어..임시주총 소집 요구도 변수
[경향신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첫 고비를 맞닥뜨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소송 절차가 본격 진행되면서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KCGI가 신청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이 오는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 ‘12월2일’인 만큼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CGI는 “산은의 한진칼 투자는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며 산은이 참여하는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만약 KCGI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자금확보 문제로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산은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정에서 만난 첫 장애물이자 중대 고비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 재편을 위한 인수통합일 뿐 조 회장 경영권 방어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산은은 경영 성과가 미흡할 경우 조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고, 의결권도 일부에만 우호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법원이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한진칼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거나,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다는 데 방점을 두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KCGI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한진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했다. 임시주총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이사회의 책임을 물어 새 이사진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일단 주총 소집 요구를 거부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원의 허가를 통해 총회를 소집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산은에서 법률적인 검토를 충분히 마친 상태에서 통합을 추진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임시주총 역시 검토는 하겠지만 내년 3월 정기주총이 얼마 남지 않아 적극 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주 간 법적 공방이 본격화한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내부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양사 조종사노조 등 4개 조합으로 구성된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 실행 방안이 없을 경우 모든 법적·물리적 대응을 통해 인수·합병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조종사 제외 일반직 등 1만2000명이 소속된 대한항공노조는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고,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조는 당초와 달리 인수 관련 입장을 보류한 상태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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