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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브리핑 횟수 확 줄어든 정은경..누가 목소리 작아지게 했나

양지호 기자 입력 2020.11.22. 22:58 수정 2020.11.2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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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할말 않는 한국 방역사령탑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와 관련, 브리핑을 하기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신현종 기자

코로나 확진자가 닷새째 300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3차 대유행'을 선언했다. 최악의 코로나 겨울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지만, 방역 사령탑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목소리는 오히려 작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월 정부의 때 이른 거리 두기 완화와 소비 쿠폰 발행 등 경제 살리기 정책, 한 박자 늦은 거리 두기 단계 상향 등이 재유행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방역의 고삐를 죄어야 할 시점인데 정 청장의 존재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 청장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미국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및전염병연구소 소장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질병관리청장 임명식에서 “세계에서 모범으로 인정받은 K방역의 영웅”이라고 했다.

◇확진자 예측 빗나가고, 브리핑 줄이고

국민에게 코로나 극복의 의지를 불어넣었던 브리핑 횟수조차 줄었다. 정 청장은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브리핑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정은경 청장은 “현재 방역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고위험군(중국 방문객)이 덜 들어오는 게 좋은 것은 당연하다”(2월 19일), “아직 아직 우리는 태풍이 부는 바다 한가운데 있다”(지난 9월 14일) 같은 발언으로 방역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9월 12일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 뒤 브리핑에 나서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72일 동안 정 청장의 브리핑 횟수는 13회에 그쳤다. 5.5일에 한 번꼴이다. 질병관리본부장 시절에는 235일간 이틀(1.9일)에 한 번꼴로 124회 브리핑을 했다. 특히 이달 들어 코로나 감염이 5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브리핑에 나선 것은 두 번뿐이었다.

최근에는 확진자 증가 추이를 오판하면서 “정은경만은 믿는다”고 할 정도였던 절대적인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정 청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2~4주 뒤 국내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 나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흘 뒤인 지난 19일부터 국내 확진자는 5일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질병청은 뒤늦게 지난 21일에야 “12월 초에는 하루 확진자가 600명씩 나올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소비 쿠폰 발행 등에 제동 못 걸어

더 큰 문제는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 일각의 움직임을 막아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0월 코로나 확산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소비 쿠폰 발행을 재개했을 때 정 청장은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지난주부터 전문가들이 일제히 거리 두기를 2단계로 선제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사정에 밝은 한 감염내과 교수는 “차관급인 질병관리청장이 경제부처 장관이 추진하는 소비 쿠폰 같은 정책을 대놓고 ‘하지 말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은 방역 강화를 주장했지만 방역보다 경제 살리기 목소리가 더 커 먹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 청장이 의도적으로 발언을 줄이고 있다는 말도 있다. 한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정 청장에게 ‘말을 아끼라'는 조언이 있었다”면서 “영웅이 됐지만, 선조의 견제를 받은 이순신 장군의 처지에 빗댄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 청장은 ‘모범생’이고 공무원이라 정부 정책이 결정되지 않으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방역 책임자, 감염병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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