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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동해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까?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11.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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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달 중 해양방류 확정 예고
한반도 도달 시점-농도 예측해보니
정경태 오셔닉 해양환경연구소장(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1회 방류량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과 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정 소장(가운데)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이달 중 확정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한반도 해역에 미칠 영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류 후 한 달이면 한반도 연안에 도달한다’ ‘220일이면 제주 앞바다까지 온다’ 등 여러 전망과 분석이 나오면서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해양컨설팅 회사인 오셔닉 정경태 해양환경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방사성 원소의 한반도 해역 도달 시점과 농도를 예상해 봤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책임연구원을 지낸 정 소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 원전 사고 등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KIOST에서 오랫동안 해수 모델링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는 KIOST 자문위원이다.

○‘한 달’ ‘220일’은 해석 오류

‘한 달 도달설’이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가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뒤인 2012년 영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 7월 9일자에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방류된 세슘137의 장기 확산 모델 시뮬레이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세슘137이 태평양에서 퍼지는 과정을 동영상으로도 공개했다.

핵실험이나 원자력시설 사고 때 탐지되는 세슘137은 금방 붕괴해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어서 오염 지표 물질로 쓰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대량의 세슘137이 방출됐다. 연구진은 사고 직후 후쿠시마 앞바다의 세슘137 농도가 일주일간 10페타베크렐(PBq·1PBq은 1000조 Bq)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10년간 농도 변화를 컴퓨터로 살펴봤다. 그 결과 2년 뒤에는 1m³에 10Bq로 떨어졌다가 4∼7년 뒤에는 1∼2Bq으로 서서히 줄어들었다. 5∼6년 뒤에는 세슘137이 해류를 따라 북미 연안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 논문을 근거로 ‘오염수가 한 달 만에 한반도 인근에 도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문에 대한 해석오류라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정 소장은 “논문에 나오는 세슘137의 농도는 실제 농도가 아니라 10PBq과 비교한 상대적인 농도”라며 “실제 농도로 바꾸면 m³당 10―7∼10―8Bq 정도인데, 이는 바닷물을 떠서 분석하면 측정이 안 될 만큼 극미량”이라고 했다.

학계에서는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1m³에 소수점 둘째 단위 수준까지는 돼야 검출 가능하다고 본다. 정 소장은 “이 값으로 바꿔 독일 연구진의 모델에 대입하면 세슘137의 동해 진입 시점은 2016년이며 동해에서 세슘137의 농도가 최대치가 되는 시점은 2018∼2019년으로 부피당 0.5Bq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반도 주변에서 측정된 방사능 농도도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3년 9월부터 제주 남방 해역 4곳에서 월 2회, 울릉도 주변 해역 2곳에서 월 1회 해수 중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고 있다. KINS가 지난해 말 발간한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슘137은 m³당 0.901∼2.03Bq로 최소검출가능농도인 m³당 13Bq에 못 미쳤다.

일본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했다는 ‘제주 220일 도달설’ 역시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쿠시마대, 가나자와대 등 일본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 국제학술지 ‘응용 방사능 및 동위원소’와 ‘해양 과학’에 각각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해양에 방출된 세슘137을 추적한 결과를 실었다. 2017년 논문은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이 몇 년 뒤 일본 열도로 되돌아왔다는 결과를 담고 있다. 2018년 논문은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이 수심 300m 해수층을 따라 북서태평양으로 이동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소장은 “이 논문들은 방사성 물질의 이동을 추적한 것이지, 220일 만에 제주에 도달한다는 언급이나 그렇게 볼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삼중수소 1PBq 방출되면 5년 뒤 동해 도달할 수도

정 소장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해도 당장 한반도 해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정 소장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한반도와 정반대인 동쪽으로 먼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KIOST가 2012년부터 대기 중으로 방출된 세슘137이 바다에 떨어져 섞이는 경우와 바다로 직접 방출되는 경우에 대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토대로 한 분석이다.

정 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서 쟁점인 삼중수소(트리튬)의 확산도 컴퓨터로 예측했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물에 섞이면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하는 게 사실상 어렵고,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여과 장치를 거치더라도 제거되지 않아 우려가 큰 방사성 물질이다.

정 소장은 헬름홀츠해양연구소의 모델을 적용해 세슘137은 10PBq로 가정하고, 삼중수소는 세슘137의 10분의 1인 1PBq 방출된다고 할 때 5년 뒤 동해에서 삼중수소의 농도가 m³당 10만분의 1Bq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정 소장은 “이 정도면 검출이 어려운 수준의 약한 농도”라면서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일 뿐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원소의 농도, 1회 방류량 등 방류 계획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10월 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주재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과 대책’ 긴급토론회에서도 발표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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