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노답 부동산'…시장의 무서운 역습

박종진 기자 2020. 11.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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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울리는 종처럼 사회에 의미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탬이 되는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강남도 아니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아니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다.

집값 안정은 시장의 수요에 맞춰 공급을 제대로 할 때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타난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공항 카드로 단숨에 '오거돈 성추행 선거'라는 야당의 구도를 뒤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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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진's 종소리]
[편집자주] 필요할 때 울리는 종처럼 사회에 의미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보탬이 되는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나는 실수요자다. 무주택자다. 나를 비롯한 배우자와 아이들 모두 생애 단 한 번도 집을 못 가져봤다. 서울 외곽의 30년 가까이 된 전용면적 85㎡(3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산다. 빚을 내 집을 살 수도 있었지만 언젠가 청약통장을 활용해볼 요량으로 버텨왔다.

강남도 아니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아니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다. 국토교통부 기준 실거래가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3억~3억4000만원가량 뛰었다. 호가로는 4억원 정도다. 고작 3년 반만이다. 매년 1억원 넘게 상승한 셈이다. 애 둘 키우는 홑벌이 40대 가장이 아등바등 살아봐야 따라갈 수가 없다.

버티는 사이 청약점수는 어느덧 60점을 넘겼다. 그러나 정부가 대출을 막아놨다. 이미 서울 아파트 중위 값이 9억원을 훌쩍 넘겼다. 애 둘 키울 만한 아파트 사려면 스스로 돈을 조달해야 한다.

세금 원천징수 당하는 월급쟁이로 살아왔다. 투기 비슷한 것도 못해봤다. 그런데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적어도 이런 실수요자들에게는 단언컨대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틀렸다.

#갈라치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부동산 대책은 기본적인 시장논리도 무시한다. 다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초유의 대책들을 쏟아냈다. 명분은 집값 안정이다. 집값 안정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가 있었느냐마는 역대 어느 정부도 세금과 규제로 집값을 잡지는 못했다.

집값 안정은 시장의 수요에 맞춰 공급을 제대로 할 때 자연스러운 결과로 나타난다. 당연한 원리에 눈감은 이상 몰아붙여 봤자 부작용만 키운다. 시장은 이념을 비웃는다. 집값 풍선효과는 끝이 없다. 두더지 잡기 마냥 때려도 때려도 전국 곳곳이 튀어 오른다. 300만명 남짓으로 추정되는 다주택자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물리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주택자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진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만들었더니 고작 몇 달 만에 전·월세 시장이 아수라장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서야 집 주인들로서는 빈집으로 비워두더라도 일단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물량을 거둬들인다.

1주택자에는 세금이 기다린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한다고 아무리 우겨봐야 증세는 증세다. 집값이 올라봐야 팔지 않고서는 달라질게 없는데 세금만 오른다. 내 집에 살면서 정부에 월세를 내는 꼴이다. 서울 선호지역에서는 그 부담이 연 수백, 수천만원에 이를 판이다. 세금 낼 능력 없는 사람은 나가란 얘기다.

부자 때려잡기 식으로 추진한 정책인데 정작 곡소리는 서민·중산층에서부터 나온다.

#시장의 역습이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놨다는 분노가 터져나온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서울의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가 경상도와 같은 수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으로 나왔다.

야권에게는 기회다. 연말 '공수처 전쟁'도 중요하겠지만 부동산만큼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없다.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에 어떻게 공급할지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상대는 선거전략의 명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공항 카드로 단숨에 '오거돈 성추행 선거'라는 야당의 구도를 뒤엎었다. 시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실력을 못 보여주면 선거는 또 진다.

정부·여당에는 노자의 정치 사상 무위지치(無爲之治)를 권한다.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통치가 절실하다. 인위적으로 시장을 들쑤시고 수요를 억누른 결과 서울 비강남 아파트까지 10억~20억원대를 만들어놨다. 정권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무위'(無爲),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절규는 더 거세질 것이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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