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 잡으려 CCTV 설치..담배 핀 사람이 되레 성낸 이유

김현예 입력 2020. 11. 23. 05:01 수정 2020. 11. 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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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
‘집 앞에 CCTV를 달아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집 앞에 CCTV를 달아볼까?’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최근 가족의 안전이 염려돼 복도 쪽 방 창문에 CCTV(폐쇄회로 TV) 2대를 설치했다. A씨는 안심했지만, 같은 아파트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복도식이다 보니 A씨 집 앞을 지나가면 모두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과 CCTV 문제로 갈등이 생겼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간 A씨는 ‘내 집에 CCTV를 다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항변했지만, 위원회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CCTV에 촬영된 다른 주민들의 영상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촬영 각도를 조절하고 가림막을 설치해 다른 주민들의 모습이 촬영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내 집 앞 CCTV로 늘어나는 갈등

개인정보 분쟁 얼마나 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CCTV 설치가 보편화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22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CCTV 관련 갈등은 2018년 12건이었지만 지난해엔 18건, 올해 10월까지 21건이 접수됐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CCTV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공동주택 내 CCTV로 인한 분쟁으로 상담 신청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홍보물 찢는다' CCTV 공개…손해배상 100만원

'선거홍보물 찢는다' CCTV 공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 나간 B씨는 게시판에 나붙은 자신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경쟁 상대인 다른 후보자의 선거 홍보물을 훼손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있었던 것. 사진 게시자는 같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였다. ‘선거 위반 행위’라며 CCTV에서 찾아낸 영상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한 것이었다.

‘개인정보 침해’라고 생각한 B씨는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에 신청을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선거위반 행위’라며 맞섰지만, 분쟁조정위 판단은 달랐다. 분쟁조정위는 “선거위반 행위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도 얼굴과 행위 장면까지 게시판에 1주일 이상 공개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입주자대표회의가 B씨에게 손해배상금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담배 냄새 어디서 나지?' CCTV 달았더니

'담배 냄새 어디서 나지?' CCTV 달았더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갑자기 심해진 담배 냄새에 골치를 앓던 C씨. 계단식 아파트에 살던 그는 집 현관문 앞에 CCTV를 달았다. 담배 냄새의 원인을 잡기 위해서였다. CCTV를 돌려보던 C씨는 앞집 사람의 흡연장면을 찾아냈다. C씨는 해당 화면을 문자메시지로 앞집 사람에게 전송했다. 사생활이 침해당했다고 생각한 앞집 사람과 C씨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다.

분쟁조정위는 C씨에게 “촬영 각도를 현관 앞만 비추도록 바꾸라”고 권고했다. 촬영된 영상은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하면 손해배상도
분쟁조정위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CCTV라 할지라도 범죄 예방이나 안전 등 목적과 다르게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제3자에게 영상정보를 제공해선 안 된다. CCTV를 제3자가 열람하게 하는 것도 안 된다. 동의 없는 개인 영상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등 법 위반을 하게 되면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손해배상금 지급 등이 권고되기도 한다.

집 현관문에 설치한다 하더라도 타인의 사적 공간이 촬영되지 않게 각도를 조절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가 촬영될 수 있는 곳엔 설치목적과 장소, 관리책임자를 기재한 안내판을 설치하도록 권고된다.

박상희 개인정보보호위 사무처장은 “공동주택 내 CCTV 관련 분쟁은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돼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아 국민 누구나 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며 “CCTV 순기능은 발전시키고 역기능은 보완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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