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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한반도 언제 도달하나

이현경 기자 입력 2020.11.23. 06:00 수정 2020.11.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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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 2012년 논문 분석

日 후쿠시마대 등 논문 2편 분석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해양에서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모델링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기 중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떨어진 경우(왼쪽)과 바다에 직접 방류된 경우 모두 일차적으로는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태 제공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이달 중 확정할 것으로 예고하면서 한반도 해역에 미칠 영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태평양으로 방류된 오염수의 한반도 해역 도달 시점을 두고 이르면 한 달부터 220일 안에 제주도, 270일 뒤면 동해에 도달한다는 엇갈린 분석까지 나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해양컨설팅회사인 오셔닉 정경태 해양환경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방사성 원소의 한반도 해역 도달 시점과 농도를 예상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책임연구원을 지낸 정 소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 원전 사고 등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KIOST에서 오랫동안 해수 모델링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는 KIOST 자문위원이다. 

●‘한 달’ ‘220일’은 해석 오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된 연구는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가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1년 뒤인 2012년 영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레터스’ 7월 9일자에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방류된 세슘137의 장기 확산 모델 시뮬레이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세슘137이 태평양에서 퍼지는 과정은 동영상으로도 공개했다. 

핵실험이나 원자력시설 사고 때 탐지되는 세슘137은 금방 붕괴해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어서 오염 지표 물질로 쓰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대량의 세슘137이 방출됐다. 연구진은 사고 직후 후쿠시마 앞바다의 세슘137 농도가 일주일간 10페타베크렐(PBq·1PBq은 1000조Bq)을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10년간 농도 변화를 컴퓨터로 살펴봤다. 그 결과 2년 뒤에는 1세제곱미터(m3)에 10Bq로 떨어졌다가 4~7년 뒤에는 1~2Bq 수준으로 서서히 줄어들었다. 5~6년 뒤에는 세슘137이 해류를 따라 북미 연안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 소장은 “논문에 나오는 세슘137의 농도는 실제 농도가 아니라 10PBq과 비교한 상대적인 농도”라며 “실제 농도로 바꾸면 부피당 1000만 분의 1~1억 분의 1Bq 수준인데, 이는 바닷물을 떠서 분석하면 측정이 안 될 만큼 극미량”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1m3에 0.01Bq 수준이어야 검출 가능하다고 본다. 정 소장은 “이 값으로 바꿔 독일 연구진의 모델에 대입하면 세슘137의 동해 진입 시점은 2016년이며 동해에서 세슘137의 농도가 최대치가 되는 시점은 2018~2019년으로 부피당 0.5Bq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3년 9월부터 제주 남방해역 4곳에서 월 2회, 울릉도 주변 해역 2곳에서 월 1회 해수 중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고 있다. KINS가 지난해 말 발간한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슘137은 부피당 0.901∼2.03Bq로 최소검출가능농도인 부피당 13Bq에 못 미쳤다. 

일본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한 ‘제주 220일 도달설’은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쿠시마대, 가나자와대 등 일본 연구진은 2017년과 2018년 국제학술지 ‘응용 방사능 및 동위원소’와 ‘해양 과학’에 각각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해양에 방출된 세슘137을 추적한 결과를 실었다. 2017년 논문은 후쿠시마 방사능 물질이 몇 년 뒤 일본 열도로 되돌아왔다는 결과를 담고 있다. 2018년 논문은 후쿠시마 방사능 물질이 수심 300m 해수층을 따라 북서태평양으로 이동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소장은 “논문에는 220일 만에 제주에 도달한다는 언급은 없다”고 말했다.  

정경태 오셔닉 해양환경연구소장(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자문위원)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1회 방류량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과 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정 소장(가운데)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삼중수소 1PBq 방출되면 5년 뒤 동해 도달할 수도 

정 소장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류해도 당장 한반도 해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정 소장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한반도와 정반대인 동쪽으로 먼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KIOST가 2012년부터 대기 중으로 방출된 세슘137이 바다에 떨어져 섞이는 경우와 바다로 직접 방출되는 경우에 대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토대로 한 분석이다. 

정 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서 쟁점인 삼중수소(트리튬)의 확산도 컴퓨터로 예측했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는 물에 섞이면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하는 게 사실상 어렵고,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여과 장치를 거치더라도 제거되지 않아 우려가 큰 방사성 물질이다. 

정 소장은 헬름홀츠해양연구소의 모델을 적용해 세슘137은 10PBq로 가정하고, 삼중수소는 세슘137의 10분의 1인 1PBq 방출된다고 할 때 5년 뒤 동해에서 삼중수소의 농도가 부피당 10만분의 1Bq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정 소장은 “이 정도면 검출이 어려운 수준의 약한 농도”라면서도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일 뿐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원소의 농도, 1회 방류량 등 방류 계획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10월 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주재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과 대책’ 긴급토론회에서도 발표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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