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닥칠 악재, 트럼프外 또 있다..민주당 '열혈전사 넷'

채인택 2020.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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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좌파, 진보정책 요구 목소리 높여
샛별 AOC 비롯한 여성진보파 입지 확대
샌더스·워렌 등 좌파 대선 경쟁자도 부담
바이든과 정치적 성향의 결이 사뭇 달라
진보로 기울면 공화당과 충돌도 불가피
공화당 지배 상원, 증세 등 발목 가능성
민주당 우위 하원도 의석차 9석에 불과
7300만 표 획득 트럼프 기고만장도 우려
바이든의 소통력·협상력 통한 돌파 기대
한국, 공식외교 물론 공공·민간외교 펴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2020년 대선 결과에 반발해도 조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연방검사장 출신)을 앞세워 계속 선거 소송을 진행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말한 ‘트럼프 2기’ 시대가 열리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 트럼프가 제기한 선거 소송이 주법원에서 계속 기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생각에 빠져있다 [AFP=연합뉴스]


4대 악재 동시에 바이든 기다려
문제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뒤 국정을 얼마나 원활하게 운영하는가이다. 지금은 당선 축하의 물결을 즐기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공화당이 지배할 연방상원, 민주당이 장악했지만 의석차가 박빙인 연방하원, 지난 대선보다 더 많이 득표한 트럼프, 그리고 진보파가 득세하게 될 민주당 내부정치라는 4가지 악재가 동시에 바이든 당선인을 기다린다. 한결같이 풀기 쉽지 않은 고난도 문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난 제116대 의회에서 화제를 불렀던 민주당 강성 진보그룹인 ‘스쿼드’ 소속 연방하원의원들이 대선과 같은 날 치른 117대 의회 선거에서 전원 재선한 것은 물론 전원 한결같이 강력한 진보 정책을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수단이나 분대를 가리키는 ‘스쿼드’라는 비공식 용어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첫 당선한 소수민족 출신 여성으로 소수민족과 이민자, 여성,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면서 민주당의 진보 분위기를 이끌어왔다.

왼쪽부터 러시다 털리브, 일한 오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아이아나 프레슬리 연하원의원 미디어와 지지자들은 소수민족 여성 의원인 이들을 스쿼드로 부르며 열광한다. AP=연합뉴스


여성 소수민족 그룹 ‘스쿼드’ 바이든 흔들까
스쿼드는 연방하원 최연소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뉴욕),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32·미네소타), 매사추세츠 주 첫 흑인 여성 하원의원인 아이아나 프레슬리(46·매사추세츠), 팔레스타인 난민 2세인 러시다 털리브(44·미시건)를 부르는 비공식 용어다. 이 가운데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와 팔레스타인 난민 2세인 털리브는 미국의 첫 여성 무슬림 연방하원의원이다. 소수민족 여성인 이들은 116대 연방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 국가 국민의 입국금지 조치 등 반이민 정책에 공동으로 항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으로 주목 받았다. 이들은 117대 하원에서도 민주당의 진보 드라이브를 주도할 전망이다.
스쿼드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실질적인 지도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1·뉴욕)는 특히 주목할 인물이다. AOC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그는 자신이 “노동자 계층의 직업을 갖고 일했던 사람으로 테이블 서빙을 했고, 지하철을 탔고, 뉴욕 길거리를 걸어 다녔다”고 강조한다. 청소부로서 고생하던 어머니의 반지를 항상 끼고 다니며 노동자 대중을 늘 생각한다는 민주당 내 진보·여성·소수민족 연방하원의원이다.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부유층 과세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바이든의 과세 공약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UPI=연합뉴스

AOC는 폭발적이면서도 빈틈없는 논리를 갖춘 연설과 방송 코멘트, SNS를 이용한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 발빠른 이슈·아젠다 선점으로 ‘민주당의 샛별’로 통했다. 미디어와 지지자들에게 21세기형 대중 진보정치인의 대표로 주목 받았다. 특히 트럼프를 거침없이 비난하고, 히스패닉계 식품회사인 고야푸드의 대표이사가 트럼프를 공개 칭찬하자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등 과감한 언행에 지지자들은 열광했다. 민주당의 ‘사이다 발언’을 도맡은 셈이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하원의원(가운데)이 지난 5월 그린뉴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히스패닉인 그는 첫 의원 선서 당시 만 29세로 최연소 의원 기록을 세웠다. 보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식당 등의 웨이트리스·바텐더 등으로 일하다 의회에 입성했다. AOC는 민주당의 10선 연방하원의원인 조 크롤리를 경선에서 꺾고 본선에서 당선해 의회에 진출했다. 크롤리는 낸시 펠로시에 이어 연방하원의장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던 거물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이런 거물보다 젊고 열정적이며 기존 정치에 비판적인 활동가형 AOC를 택했다. AOC는 이런 조용하지만 뜨거운 정치혁명의 주인공이다.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겨냥한 공화당 후원 단체의 광고 영상 중 일부. 활동적인 진보 여성의원인 AOC를 공화당은 정치적 적으로 간주해 집중 공격해왔다. 사진=NEW FACES GOP 캡처



열정적 진보 하원의원 AOC, 적극성·비판성향 여전
통상 연방하원의원들은 첫 입성할 때는 전의에 불타지만 한 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어느 정도 순치되어 왔다. 현실을 경험하면서 의회와 정당의 한계를 깨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스쿼드는 다르다. 그들의 적극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알렌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인스타그램. AOC는 SNS 스타다. 사진=인스타그램

대표적인 것이 AOC가 지난 7월 23일 연방하원에서 10분간 원고 없이 진행했던 의사진행 발언이다. 그는 이 짧은 연설로 미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언·폭력을 정면으로 비난한 연설로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연설은 7월 21일 연방의사당 입구에서 공화당의 테드 요호(플로리다) 연방하원의원이 기자들과 다른 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욕설(Fucking Bitch)하는 것을 들은 뒤 이뤄졌다. 연설에서 AOC는 이런 욕설은 자신을 의회로 보낸 힘없는 시민들이 늘 당하는 일이라며 요호는 물론 힘 있는 사람들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위를 정면에서 비판했다. 요호 의원이 “내게는 아내와 딸이 있다”며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했던 것도 맹렬히 비난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마카로니 치즈를 만들며 인스타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AOC는 적극적인 SNS 사용으로 미국에서 유명 인사 대열에 올랐다. 사진=인스타그램

이 연설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즉각 논리적으로 항의하면서 핍박 받는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AOC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으로 통한다. 의회를 충분히 경험했지만 AOC는 전혀 순치되지 않고 여전히 열혈 전사로 남았다.

민주당 경선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치열한 대결 끝에 바이든이 극적으로 승리했다.이 과정에서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렌을 비롯한 민주당 내 좌파는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좌파 샌더스 지원받았지만 성향 달라
바이든은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이들의 급진적인 진보정책 요구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들뿐 아니라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렌 등 당내 좌파, 민주당 초·재선 강경그룹,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을 비롯한 소수집단의 권리를 강조하는 BLM(Black Lives Matter·gmrdls todaudeh 중요하다) 그룹 등의 정치적 부채 청산 압박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민주당 내에서 샌더스와 워렌의 정치적 지원, 인종차별 철폐 시위에 나선 그룹의 지지를 받았다. 문제는 바이든의 성향과 이들 진보그룹과 다르다는 점이다. 그 자신이 36년간 연방상원의원으로,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대표적 기득권 정치인이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플로이드의 유족을 찾아가 1시간을 함께 머물며 위로했지만 그 뒤 벌어진 인종차별 철폐 시위 당시 지지자들에게 시위에 나서라거나 항의하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에서 2018년 2월 열린 ‘전 세계 위협’에 관한 청문회' 장면. 앞줄 왼쪽부터 당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 국장, 마이크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 로버트 카딜로 국가지리정보국(NGIA) 국장이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길을 잃을까
민주당이 시원하게 장악하지 못한 의회도 바이든에게 문제일 수밖에 없다. 우선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제116대 의회는 상원은 물론 하원까지 바이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세금·이민 등 트럼프의 정책과 상반되는 공약을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공화당 지배가 확실한 상원은 물론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황을 살펴보자. 바이든과 민주당은 상하원 의회 선거 결과에 낙담할 수밖에 없다. 약 3분의 1인 35명을 새로 뽑은 상원 선거 결과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117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전체 50~52석, 민주당은 46~48석의 상원 의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2석은 무소속) 주 선거법에 따라 내년 1월에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조지아 주의 연방상원의원 2석이 아직 미정이기 때문에 전체 의석 분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조지아에서 공화당이 2석을 모두 가져가면 공화와 민주의 의석 비율은 52 대 46이며, 공화당과 민주당이 하나씩 나누면 51대 47이다. 민주당이 2석을 모두 차지해도 50대 48이 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조지아에서 민주당이 2석을 다 가져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공화당의 상원 장악은 불가피하다. 바이든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예산권과 입법권, 고위공직자 임면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난 상원은 바이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세금·총기소유·낙태 등과 관련해 민주당에 양보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이 크다. 기업 법인세와 부유층을 상대로 증세를 하겠다는 바이든의 공약은 의회에서 격렬한 논쟁에 빠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다.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 준비가 한창이다. AFP=연합뉴스


연방하원 의석차 9석 박빙 우세…장악력 저하 우려
뿐만 아니다. 연방하원은 116대에서 민주당이 232석을 차지, 197석의 공화당을 압도했다. 하지만 올해 선거에서 민주당은 제1당은 유지하지만 공화당과의 의석 차가 그 어느 때보다 적은 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내년 3월 개원할 제117대 연방하원에서 민주당은 222석, 공화당은 213석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 차이라고 폭스뉴스가 지적했다. 아직 4석의 당락이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상황을 보면 모두 공화당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116대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14석을 잃었고, 공화당은 16석을 더했다.
222대 213이라면 민주당의 장악력이 떨어져 연방하원을 안심하고 운영하기 쉽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물론 민주당이 아슬아슬한 우위를 유지하는 하원에서도 강한 견제구 속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양당 의석차 9석은 7석의 차이를 보였던 2001~2003년 107대(당시는 공화당이 제1당) 연방하원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당시 대통령은 조지 W 부시였다.
미국 연방하원은 제84~103대(1955~1995년)의 40년 동안 민주당이 지배했다. 그러다 104~109대(1995~2007년)의 12년간 공화당이 연속 장악했다. 110~111대(2007~2011년)에 다시 민주당에 넘어왔다가 112~115대(2011~2019)에 또 공화당에게 돌아갔다. 2019년 116대에서 민주당이 탈환한 뒤 이번에 연속 장악에 성공했지만 의석차가 적어 불안한 출발을 예고한다.

11월 20일 기지회견을 위해 백악관 경내를 걸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이번 대선에서 역대 공화당 후보 중 최다인 7300만 표 이상을 얻었다. 로이터=연합뉴스


7300만 표 얻은 트럼프 목소리 높아질 것
또 다른 문제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두터운 지지층이 여전함을 확인했다. 대통령 선출을 결정하는 선거인단 확보에선 패배했지만, 득표 숫자와 득표율에서 예상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 득표 숫자와 지지율에서 2016년 대선보다 오히려 더 선전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과반인 270명을 넘는 304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227명 확보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 가운데 선거인단을 주와 연방하원의원 선거구에 따라 나누는 네브래스카와 메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일반투표에서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 전부를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시 선거에서 트럼프는 30개 주와 메인주 1개 선거구의 선거인단을 가져갔다. 클린턴은 20개 주와 워싱턴DC의 선거인단을 얻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6298만4828표를 득표해 46.1%의 득표율을 획득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많은 6585만3514표를 얻어 4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양측의 득표 차이는 286만8686표였다.
21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7376만4205표(47.2%)를 얻어 2016년보다 1077만9377표를 더 얻었다. 트럼프는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대선 패배자가 됐다. 득표율도 47.2%로 2016년의 46.1%보다 높다. 비록 7978만4259표를 얻은 바이든보다 602만54표가 적었지만 트럼프의 기를 살리기에는 충분하다.
98% 개표가 이뤄진 현재 선거인단 확보에서 바이든이 306명, 트럼프가 232명을 확보했다. 주목할 점은 각자 승리한 주의 숫자다. 바이든은 25개주와 워싱턴DC, 그리고 승자독식제를 채택하지 않은 네브래스카(주에서 2명, 하원지역구에서 3명)의 제2선거구에서 승리했다. 트럼프는 25개 주와 승자독식제를 채택하지 않은 메인(주에서 2명, 하원지역구에서 2명 선출)의 제2선거구에서 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 등에서 부정선거아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주장을 당국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AP=뉴시스


박빙 러스트벨트 결과 뒤집혔으면 승자 바뀔 뻔
게다가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에서 48.9%의 지지를 얻어 50.0%를 차지한 바이든에 간발의 차이로 뒤졌다. 미시간(선거인단 16명)에서도 47.9%의 득표율로 50.5%를 확보한 바이든에 박빙으로 밀렸다. 위스콘신(선거인단 10명)에선 48.9%의 지지율을 보여 49.6%를 얻은 바이든에게 0.7%P 차이로 졌다. 쇠락한 공업지대인 이들 러스트 벨트에서 만일 트럼프가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면 현재 306대 232인 바이든과 트럼프의 선거인단 확보 숫자는 260대 278로 역전될 수 있었다.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아슬아슬하게 패배해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셈이다. 트럼프가 2021년 1월 0일 새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높은 득표는 1억6000만 명 이상이 투표해 등록 유권자 대비 66.9%라는 120년 만의 최다 투표율이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는 사실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바이든 임기 내내 이러한 수치를 내세워 자신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정치력을 지녔다고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48.4%를 얻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19.9%)을 크게 따돌렸을 당시 조 바이든의 모습. 바이든이 취임 뒤 소통 정치를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AFP=연합뉴스


공화당과 민주당 좌파 사이에서 소통정치 가능할까
이런 4가지 악재 속에서 집권할 바이든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화를 중시하는 소통형 정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공약한 기업과 부유층 증세, 탄소제로 정책, 파리기후변화 협정 복귀, 이란핵합의 복귀와 이란 경제제재 점진적 해제 등의 대외 정책 등을 현실화하려면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야 협력을 강조하면 할수록 ‘원칙대로’ ‘공약대로’ ‘진보로 가자’는 민주당 내 좌파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바이든 시대의 딜레마다. 민주당 백악관을 견제하려는 공화당과, 대선 협력 청구서를 내미는 당내 좌파 사이에서 바이든이 길을 잃고 방황할 수 있다. 바이든이 어떤 정치력을 발휘해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대선 승리는 바이든 정치의 시작일 뿐이다.
한국으로선 바이든과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미국 여야 정당과 내부의 다양한 정파에 대한 고른 접근과 소통이 필요하다. 트럼프 ‘1인 고집 통치’와는 사뭇 결이 다른 바이든의 미국이 우리를 기다린다. 정상외교와 공식 채널을 활용한 외교는 물론 다양한 의원 외교와 공공·민간 외교가 동시에 필요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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