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돼도 따가운 시선이 더 아프다".. '코로나 낙인'에 고통받는 사람들

심민관 기자 2020. 11.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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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지 300여일이 지난 현재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완치된 사람도 2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코로나 완치 후에도 확진자였다는 사회적 낙인이 찍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러스트=안병현

지난 3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된 지방 사립대 교수 A씨는 20일 조선비즈와 가진 통화에서 "코로나 완치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실명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가 가정에 불화가 생겼다"며 "언론 보도 후 아내가 너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였던 A씨의 아내는 완치 판정 후에도 낙인이 찍혀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직업이 교수라 연구실에서 혼자 일할 수 있고,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도 업무가 가능해 일에는 지장이 없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로부터 아내와 자신이 감염자였었다는 사회적 편견을 실감했다"고 했다.

A씨는 "완치 후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을 때 혹시 위험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면서 "완치자들은 오히려 항체가 생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이 낮은데,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감염자로 낙인이 찍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치자들은 여전히 감염자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퇴원 후에도 마음의 상처를 겪는다"며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코로나 완치자 숫자는 2만5000여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약 90%를 기록했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달 말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낙인에 대한 두려움에 응답한 비율은 67.8%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은 코로나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혹시라도 업소 직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코로나 가게’로 낙인이 찍힐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4월 지방의 한 음식점 사장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완치 후에도 해당 식당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면서 영업에 타격을 받는 일도 있었다.

회사원의 경우 사표를 내고 재취업에라도 나설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오랜시간 자리를 잡은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어 피해가 더 심각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손님들이 뚝 끊길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마음을 짓누른다"며 "몸에 묻은 바이러스를 없애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 피부 각질이 벗겨질 정도로 수시로 소독제를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고 했다. 대구에서 빵집을 운영 중인 김모(45)씨도 "혹시라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장사는 다 했다고 봐야 한다"며 "먹는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꽤 큰 편"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들도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감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준비생 송모(28)씨는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있어 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음성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며 "회사 면접이나 입사 전 설문에 검사받은 사실을 이야기했다가 ‘자동탈락’ 되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취업준비생 박모(27)씨도 "어렵게 취업을 하고도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리면 신입직원 연수나 수습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불안하다"며 "코로나에 안 걸리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일체 모임이나 약속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구나 잠재적 확진자이지만, 질병에 대한 공포가 낙인으로 나타나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확진자 수 감소에만 신경을 썼지 완치 후에도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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