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韓처럼 하자는 日'.. 도쿄·아키타 2300원 차이 [도쿄리포트]

조은효 입력 2020. 11. 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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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은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지급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日은 한국, 영국, 유럽처럼 '전국 일원화' 필요성 거론 
스가 총리, 일본판 소득주도성장론 추진 
자민당, '최저임금 전국 일원화 추진 연맹' 결성 
연내 본격적인 논의 시작 
美바이든 정권도 최저임금 인상 추진 
지난 19일 도쿄의 한 중심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를 쓴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최근 수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몸살을 앓을 때 대안으로 곧잘 거론된 게 일본의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제도'다. 지역의 소득 및 소비 수준, 고용주의 지급 능력 등을 따져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것인데, 일견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과거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도 현직에 있을 당시, "최저임금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거나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서는 최근 반대로,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제도가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이유로 한국처럼 '전국적으로 일원화 시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가, 일본판 소득주도 성장론
이 '일본판 소득주도 성장론'의 포문을 연 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다. 스가 총리는 지난 9월 취임 후 첫 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지방소득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전국적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금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스가 총리는 전국적 일률화 뿐만 아니라 아베 정권 당시 연 3%였던 최저임금 인상폭을 연 5%대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최저 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의 시급이 1013엔(약 1만860원)인 반면, 스가 총리의 고향인 아키타현, 또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지역구인 돗토리현의 시급은 792엔(8490원)으로 일본 전역에서 가장 낮다. 일본 내에서도 최대 221엔(2370원)차이가 나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의원 12선의 에토 세이시로를 좌장으로 하는 자민당 '최저임금 일원화 추진 의원 연맹'이 연내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연맹 측은 최저임금 전국 일원화시 나타날 수 있는 쟁점들을 정리하기 위해 전문가 회의를 열 계획이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저 임금은 어디서나 같아야 한다"며 "(이대로 두면)도쿄 일극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은 피폐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노동계나 야당이 할 법한 주장을 자민당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의 경제멘토인 전직 골드만삭스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앳킨슨도 거들고 있다. 그는 "지역별 차등지급은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캐나다 밖에 없다"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일률화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할 미국 바이든 정권이 시간당 15달러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일본 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론이 한층 탄력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日지역별 최대 2300원 차이...중소기업 반발
현재 일본의 최저임금 인상은 2단계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앙정부인 후생노동성 최저임금심의회에서 인상 목표치를 제시하면, 각 도도부현(지방자치단체)마다 최저임금심의회를 열어 지역별 인상폭을 정하게 된다. 중앙정부는 권고안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인상폭을 정하는 건 지역의 권한이다.

전국적 평균 인상률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3%대였다. 4년간 매년 평균 20엔(214원)정도가 올랐다. 다시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지난해 A등급지역(도쿄 등 수도권)에서는 28엔, B등급은 27엔, C와 D등급 지역은 26엔씩 인상됐다. 가뜩이나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다 인상폭 마저 차이가 나니, 10년 전 대비 A급 지역과 D급 지역간 격차가 1.4배로 확대됐다. 일례로 올해 일본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902엔(9670원)인데, 도쿄가 1013엔인 반면,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등 15개현은 790엔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격차에도 최저임금 전국 일률화를 둘러싼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지방의 인건비가 크게 뛰면 중소기업 경영이 악화되고 고용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칫 비정규직, 일용직 등의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상에 따른 단기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스가 총리가 야심차게 소득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받혀줄 경제 지표는 좋지 않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이미 전국 약 1만개사 가운데 90%가 매출 감소를 겪었으며, 후생노동성 집계상 코로나로 인한 해고·고용 중단은 약 3만7886명(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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