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산증인' 일본 우토로 마을 강경남 할머니 별세

김은성 기자 2020. 11. 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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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95세 생신날 일본 우토로 마을 함바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고 강경남 할머니. 지구촌동포연대 제공


재일동포로 일본 우토로 마을을 지키던 강제징용 역사의 산증인인 강경남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95세.

23일 시민단체인 지구촌동포연대에 따르면 강 할머니는 지난 21일 오후 사망해 이날 독경을 하는 ‘경야’를 거쳐 24일 발인인 ‘고별식’을 하는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

장례는 코로나19를 감안해 가족장으로 치른다. 강 할머니의 일본 집에 빈소를 마련해 49재를 지낼 예정이다.

강 할머니는 1925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1934년 먼저 일본으로 간 아버지 뒤를 따라 어머니와 함께 오사카로 건너갔다. 18살에 결혼해 1944년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있는 우토로 마을로 이주했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고 비가 오면 침수되는 황폐한 마을이었지만 강 할머니는 재일동포 1세대로 마을 지키기에 앞장섰다. 고인은 우토로 마을 1세대 중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우토로 마을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동원한 조선인 1300여명이 군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생긴 곳이다. 1945년 해방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동포들이 이 곳에 자리를 잡고 막일을 하면서 조선인 마을이 형성됐다. 강 할머니는 찻잎 따기, 고철 모으기, 청소일 등을 하며 생활했다.

동포들은 척박한 곳에서 삶을 꾸리며 일본 정부의 차별에도 우리말과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1987년 일본 정부는 우토로 마을 매각을 몰래 추진해 동포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당시 재일동포들과 국내에 있는 한국인들이 성금을 모아 전달했고, 이 성금으로 땅을 구입해 우토로 마을 인근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강 할머니는 지난 2015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배달의 무도’ 편에 출연해 재일동포가 겪은 차별을 증언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 고인과 함께 우토로 마을을 방문했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일본 우토로 마을에서 슬픈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며 “우토로 마을을 지켜온 1세대 강경남 할머니가 향년 95세로 별세하셨다고 한다”고 알렸다. 서 교수는 또 “지난해까지도 아주 정정하셨는데 마음이 참 안 좋다”면서 “부디 하늘나라에서만큼은 고향인 경남 사천에 꼭 방문하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지구촌동포연대 관계자는 “일본에서 49재를 지내는 동안 한국에서도 고인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모으기 위한 추모 모금을 진행한다”며 “모금액은 빈소의 근조 꽃바구니 구매와 유족에게 조의금을 전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다. 고인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장남과 차녀가 우토로 마을에서 함께 지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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