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정상회의 늘자 '청와대 세트장' 떴다.."노하우 좀" 문의 쇄도

최은지 기자 2020. 11. 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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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진행된 정상회의마다 달라지는 무대..비결은 LED 패널과 조명
RCEP 정상회의 '롤러블 TV' 등장도 관심..통역기 사라진 정상회의에 "K-정상회의장"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화상 정상회의 세트장의 변천사.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 아세안+3 특별화상정상회의, 한-EU 화상 정상회담, 한-아세안 정상회의, 한-메콩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 뉴스1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정상회의장을 어떻게 그렇게 잘 만들었나. 노하우 좀 알려달라.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6일 동안 8번의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각국의 관심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청와대의 '정상회의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Δ한-아세안 정상회의(12일) Δ한-메콩 정상회의(13일) Δ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14일) Δ동아시아 정상회의(EAS)(14일) Δ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15일) Δ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20일) Δ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21~22일) 등 7개 정상회의와 8번의 회의에 전부 화상으로 참석했다.

연달아 진행되는 화상 국제회의가 개최되는 만큼 청와대 충무실에는 국제 정상회의 세트장이 펼쳐졌다. 회의장에서 다양한 색감과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이 펼쳐지자 각국에서 "어떤 스펙으로 정상회의장을 만들었나" "노하우 좀 알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개최된 제2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어제는 보라색·오늘은 에메랄드색…하루 만에 변하는 세트장에 놀란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동안 대면으로 이어졌던 전통적인 외교에서 '화상 정상회의' 시대가 도래했다.

초기 문 대통령이 참석했던 정상회의는 대통령 집무실에 여러 대의 모니터를 띄운 형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월26일 코로나19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참석한 G20(주요 20개국) 특별화상정상회의와 4월14일 참석한 아세안+3(한중일) 특별화상정상회의가 이처럼 진행됐다.

청와대는 화상 정상회의가 늘고 이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고민을 시작했다. 대면 회의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비대면으로서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이에 지난 6월30일 첫 화상으로 진행된 양자회담인 한-EU 정상회담에서 '화상 정상회의 세트장'을 본격적으로 구현했다. 전체 스튜디오에 LED 모니터를 배치하고 카메라도 앵글을 다양한 각도로 연출했다. LED 모니터에는 음성 자료와 텍스트 자료 같은 것들도 첨부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응집된 기술과 경험은 최근 2주 동안 이어진 화상 정상회의에서 빛을 발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들의 경우 회의 로고와 디자인에 맞춘 세트장을 연출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는 파란색, 한-메콩 정상회의는 보라색, 아세안+3 정상회의는 에메랄드색,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하늘색, RCEP 정상회의는 짙은 파란색의 세트장이 연출됐다.

지난 주말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국기의 컬러에 맞춘 초록색으로 연출됐다.

잇달아 개최되는 정상회의에서 다른 색깔의 세트장이 연출되자 각국이 놀라움을 표했다. 비결은 LED 패널과 조명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세트를 짓고 부수면서 연달아 할 수가 없다"라며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LED 패널과 조명을 활용해 컬러 터치만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참석한 제4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 뒷편에 LG 롤러블 TV가 마련돼있다. 2020.11.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단순 화상회의에서 롤러블 TV까지…코로나 시대 '화상 정상회의장'의 진화

초기 화상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모니터를 연결해 오디오와 비디오 신호를 연결하는 정도에서 완벽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정상회의장까지 연출이 진화했다.

특히 G20 정상회의의 경우, 전 세계 20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을 합하면 초청 7개국 정상, 11개의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 수장이 참석한다. 다수가 참석하는 만큼 분할된 화면이 작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전면 전체를 LED 패널로 구성하고, 발언하는 정상의 화면은 크게 띄우는 등 다양하게 화면을 구성하면서 영상연출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상연출을 하면서 화상회의를 진행한 것"이라며 "우리 정상의 의사전달을 분명하게 하고, 우리 화면을 보는 다른나라 정상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RCEP 정상회의에서 선보인 LG 롤러블 TV 역시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발언할 때 뒤편에 설치된 롤러블 TV의 화면이 올라와 로고를 띄웠다. 이 역시 정상 발언 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기존의 외교문법을 파괴하는 것으로, 화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실 때 뒤에 있는 화면이 바뀌거나, 롤러블 TV가 등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라며 "최상위권인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등 가능한 우리의 제품과 기술을 다른 나라에 선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28일 일본 오사카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션1에 참석한 모습. 통역기를 사용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6.29/뉴스1

◇우리만의 세트장, 통역 위한 '리시버' 없애…새로운 시도

통상의 다자회의장과 달리 청와대 화상 회의장에서 사라진 한 가지는 바로 '통역기'다.

통상 다자 정상회의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통역기를 착용해야 한다. 상대국 정상이 말할 때 이어폰을 끼고, 우리 정상이 말할 때는 이어폰을 벗는 형식이다.

청와대는 화상 회의가 우리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해, 통역기를 없애고 동시 통역사의 통역을 직접 현장에서 들리도록 음향 시스템을 연결했다. 이를 통해 우리 정상이 상대국 정상의 발언을 통역기 없이 바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청와대는 각국의 쏟아지는 문의에 회의장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K-방역에 이어 K-정상회의장까지 각광받고 있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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