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해진 'NO저팬'..RCEP로 한·일 무역 다시 살아나나

정환보 기자 2020. 11. 2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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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식료품 등 일본 제품 거부감 완화..수입액 2개월 연속 '플러스'
일본과 첫 FTA..20년에 걸쳐 주류 관세 철폐 등 상호 시장 개방 전망

[경향신문]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 조치를 전격 시행한 후 급속히 얼어붙은 대일무역이 최근 들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 시장을 휩쓸었던 ‘노저팬(일본 제품 불매)’ 분위기도 약화되는 추세다. 특히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체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한·일 간 무역에 훈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최근 수출입 통계를 보면 한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회복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오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지난 9월(0.2%)과 10월(4.6%)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월별 수입액이 20% 넘게 감소했던 지난해 10월(-23.3%)과 지난 1월(-21.9%) 등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2019년 전체 대일본 수입이 12.9% 감소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그만큼 일본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완화됐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추세는 이달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관세청이 23일 발표한 ‘11월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대일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입이 1.3% 증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18일 발표한 10월 무역수지 통계(속보치)를 보면 한국으로의 수출 중 특히 자동차와 식료품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달 일본의 대한국 자동차 수출은 55억4700만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1% 급증했다.

지난해 불매운동으로 한국 판매가 급감했던 승용차가 수출을 견인했다. 10월 한국에 수출한 전체 자동차 1989대 가운데 87.3%인 1736대가 승용차였다. ‘노저팬 운동’의 표적이 된 맥주를 포함한 식료품도 10월 한국 수출액이 32억4400만엔으로 52.7% 증가했다.

일본 제품의 한국 시장 공략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일본 맥주는 판촉행사를 재개한 상태다. 롯데아사히주류가 공급가격을 낮추면서 롯데마트와 편의점 세븐일레븐, CU 등에서는 ‘왕년의 수입맥주 1위’인 아사히 맥주를 ‘4캔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노저팬 운동’의 집중 타깃이 됐던 의류업체 유니클로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거부감’도 약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한 ‘+J컬렉션’ 출시 행사가 진행된 유니클로 국내 일부 매장 앞에는 길거리까지 긴 줄이 늘어서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 체결된 RCEP도 일본과의 무역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RCEP 참가 15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와는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다. 이 때문에 RCEP 본격 출범 이후 한국 무역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일본과의 상호 시장 개방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주류업종은 시장개방의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행 30%의 관세가 부과되는 일본산 맥주를 20년에 걸쳐 1.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고, 사케(청주)는 15% 관세를 15년에 걸쳐 낮추기로 했다. 반대로 일본은 한국의 소주(16%·20년), 막걸리(ℓ당 42.4엔·20년)의 관세를 20년에 걸쳐 철폐키로 했다. 다만 한국은 자동차와 기계 등의 민감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일본 제품 판매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수출규제 파문이 일기 전인 2018년 10월과 비교해 자동차는 52.4%, 식료품은 74.1%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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