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먼지투성이 된 마을..석탄발전소에 성난 강원도

이선화 기자 입력 2020. 11. 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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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래는 없었지만, 모래 절벽이 생겨난 삼척의 한 바닷가입니다.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석탄을 수입하기 위해 부두를 만들다가 이렇게 심각한 해안 침식 문제를 겪게 된 거죠. 그냥 가만히 놔두라는 바다의 경고로 보였습니다. 지난여름, 밀착카메라는 이곳을 비췄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 주민들의 분노가 더 커졌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가 다시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아기자기한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5천여 명이 모여 사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입니다.

해안가를 따라 민박집들이 모여있습니다.

피서철뿐 아니라, 해돋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겨울에도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뒷편으로 나와보면 해안가에 바로 펜스가 쳐져 있고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여름 취재진이 찾아갔을 때보다 상황은 악화됐습니다.

해안은 더 좁아졌고, 절벽은 더 가팔라졌습니다.

[송지용/경기 수원시 호매실동 : 30년 다 되어 가는데요. 옛날 모습 보려고 왔는데 침식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김정훈/충북 청주시 청원구 : 7번 국도에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해수욕장이라고 그래서. 개발로 인한 아름다운 해변이 해안침식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고요.]

이 공사는 석탄화력발전소에 필요한 항만 공사입니다.

석탄을 수입하기 위해 부두를 만드는 겁니다.

마을은 들썩입니다.

[A씨/주민 : 소리도 나고 밤에도 이래요, 밤에도. 저녁에 자다 보면. 한 번 전체 주민들이 다 가서 말렸어요.]

[김미선/주민 : 100년을 한다고 하고, 최소 한 몇백 년을 한다고 하면 저희들 안 막습니다. 고작 30년을 하고서 이 해변을 이렇게 파괴시켜 놓고.]

해안가 바로 앞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주민은 답답합니다.

[이점선/민박집 운영 주민 : 여기가 막히지 않았어요, 제가 예약받을 때만 해도. 손님들이 계속 오면 성질내시고 소리 지르시고 보상해내라 그러시고.]

일이 커지기 전까지, 공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영자/주민 : 못 들었어요, 못 듣고. 노인들만 살아, 힘없는 노인들만 사니. 너무 억울하지, 힘도 없고.]

이 시설을 만들면서 모래사장이 빠르게 깎여나가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홍진원/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 : 본공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방파제를 짓는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이 해안은 아예, 아예 하나도 안 남게 되는…]

해변으로 가봤습니다.

맹방해변 백사장의 길이는 5km 정도입니다.

그런데 뒤를 보면 제 키보다 높은 모래 절벽이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안 침식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업체가 불법 공사를 벌인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떠내려간 모래를 채워 넣기 위해 바다에서 퍼낸 진흙을 갖다 놓은 겁니다.

[김덕년/주민 : 양질의 모래를 갖다가 양빈을 해야 하는데 준설토, 그러니까 펄, 오니를 가지고 실어 날라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공사 일시중단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연말까지 침식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했습니다.

주민들은 아예 사업 중단을 요구합니다.

공사 과정도 문제이지만, 실제 가동이 됐을 때 환경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하태성/삼척석탄화력발전소 반대추진위 위원장 : 발전소가 삼척시내 반경 5㎞ 안에 들어 있단 말이에요.]

수도권으로 에너지를 보내기 위해 인구 6만의 삼척 시민이 희생하는 건 부당하다고도 말합니다.

이들은 100일 가까이 천막 농성과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발전소 공사를 이대로 진행해야한다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원상 복구는 어렵다는 겁니다.

[김진석/맹방현안대책위 위원장 : 무효돼서 100% 저희 명사십리 바다를 지역주민들한테 돌려줄 수 있을 것 같다면. 안 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조속히 시공을 해서 빨리해서 공원화를 하든지.]

[B씨/주민 : 일단 주민이 불만이 없는데 관광객이 불만이 있나요? 없죠. 피해는 있는데 그만큼 우리가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삼척시는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삼척시청 에너지정책과 : 지역협의체라는 것을 구성해서 3회째 했는데 다음 달에 한 4회째 할 예정이고요. 주민들 요구사항을 중앙부처에 전달하고 있죠. 공사 중단이라든가 각종 민원 소음 환경.]

바로 인근 강릉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발전소 두 기가 들어서는 중입니다.

2024년 준공 예정입니다.

[C씨/주민 : 장독대 같은 것도 지금 가보시면 우리 집에 가보면 말도 못 해요. 악취가 말도 못 해요.]

[D씨/주민 : 계속 쓸어냈는데. 뭐야? 알루미늄 같은 거. 그런 게 날아와 가지고 앉고 앉아서. 일일이 신경도 안 하는데 이야기해 봐야 어느 뭐 누가 들어주기는 하나요?]

마을이 사라질까 걱정스러워합니다.

[안대봉/강릉시 안인진2리 이장 :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미세먼지를 매일 뿜어낸다고 하면 누가 찾아오겠습니까. 사는 주민들도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탈석탄 흐름에 역행하듯 지금도 7기의 석탄화력발전가 추가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담과 갈등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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