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주얼리 디자이너들 #드와떼 #지예신

2020. 11.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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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하는 이들. 서울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주얼리 디자이너를 만났다.

DEBORAH JIN AT DOIGTE

드와떼의 룩북 이미지.
드와떼의 룩북 이미지.
드와떼의 룩북 이미지.
「 오늘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 」
손재주, 솜씨라는 뜻의 브랜드 이름은 어떤 계기로 지었나석사 졸업 후 디자이너로서 회의감이 밀려오던 때가 있었다. 디자인은 내려놓고 파리의 이벤트 프로덕션에서 기획 일을 했는데, 문득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너무 그리워졌다. 그래서 ‘드와떼’라는 이름으로 핸드메이드 주얼리를 만들었다. 내 이니셜을 따 D로 시작하는 단어를 선택했다. 내 이름 데보라 진도 DJ, 드와떼 주얼리도 DJ!

순수미술 전공자로 주얼리에 주목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순수미술을 공부할 때 페인팅과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주로 하던 내게 한 교수님이 ‘입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라고 하셨다. 그 제안이 파리 유학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 파리에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의 집을 방문했는데 그녀가 취미로 주얼리를 만드는 걸 보았고, 그때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그 스타일리스트는 지금 자신의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가 됐다.

랑방의 주얼리 스튜디오와 로저 비비에 등의 이력이 눈에 띈다. 브랜드 론칭은 오랜 바람이었나, 아니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나처음부터 내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로저 비비에나 랑방 같은 패션 하우스의 히스토리가 브랜딩의 바탕이 되고 디자인의 기초가 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러다 올림피아 르탱에서 일하게 됐는데, 젊은 브랜드로서 핸드메이드 작업을 하면서 장인들의 노하우를 존중하는 부분이 내 생각을 많이 바꾸었다.

브랜드 안에서 디자인 업무만 하던 때와 지금은 업무의 양이나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브랜드에서 일할 땐 워라밸이 좋았지만 업무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큰 불만도, 큰 만족도 없었달까? 지금은 주어진 업무만 끝내면 되는 시절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오늘 일 정말 많이 했다!’라고 생각해도 다음 날엔 더 많은 업무가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웃음).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일과 생활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주얼리 중에서 디자인할 때 가장 신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귀고리! 무게나 착용했을 때의 안정감 등 많은 걸 고려해야 해서 가장 어렵다. 하지만 얼굴과 가까워서 가장 흥미로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당신만의 주얼리 스타일링 원칙은일단 원하는 아이템을 다 착용하고 거기서 빼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반지는 예외다. 얼굴에서 가장 먼 부분이어서 많이 레이어드해도 과하지 않으니까.

민주킴과의 협업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다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우선 넷플릭스의 〈넥스트 인 패션〉 우승 컬렉션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너무 기뻤다. 민주킴의 드로잉 작업과 프린트를 보면서 디자인을 시작했다. 컬렉션 테마였던 프리다 칼로의 손 귀고리도 참고해서 같이 작업했다. 2020 F/W 컬렉션도 민주킴과 협업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드와떼 제품이 오랜 시간 간직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제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오래도록 지켜야 할 꿈과 목표다.

요즘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비가 내릴 때 창문에 번지는 빗방울의 그림자, 고개를 젖혔을 때 보이는 나뭇잎의 레이어드, 서울 하늘, 책방 냄새, 한양도성, 낮잠, 빅토리아 시대.

화이트 데이지와 골드 펄 데이지로 구성된 목걸이는 32만8천원, Doigté.
작은 두 손이 스톤을 감싼 모양이 독특한 반지는 24만1천원, Doigté.

JIYE SHIN & JAE EUN SHIN AT JIYE SHIN

매우 사적인 아카이브가 지예신 첫 번째 컬렉션의 주제가 됐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과 흑백사진도 그중 하나.
매우 사적인 아카이브가 지예신 첫 번째 컬렉션의 주제가 됐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과 흑백사진도 그중 하나.
첫 번째 컬렉션의 프레젠테이션 현장.
「 할머니를, 추억을, 시간을 생각한다 」
첫 컬렉션의 주제를 ‘할머니’로 정한 이유는우리 자매가 처음으로 함께 하는 작업이기도 했고, 브랜드의 코어가 되는 컬렉션이기도 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스토리와 취향을 다뤘다. 우리가 공유한 기억들, 특히 외할머니에 대한 것이 컬렉션 소재가 됐다. 상업적으로 조금 덜 효과적이더라도 우리 자매의 아카이브이자 외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론칭 프레젠테이션 때도 할머니의 흑백사진, 그녀의 물건을 함께 전시했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 착용한 첫 컬렉션 비주얼도 흥미롭던데연출된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께서 우리 집 식탁 앞에 앉아 계실 때 아이폰으로 찍었던 사진이 브랜드 대표 이미지가 됐다. 우연히 찍은 사진이었지만 프레임 안에 할머니의 손, 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다이아몬드 반지 그리고 우리 브랜드의 시그너처 피스가 모두 들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직 기획 단계지만, 할머니의 손을 주제로 책을 만들 계획이다.

자매가 함께 일한다는 것 그리고 금속공예를 전공한 디자이너와 여성복 디자이너가 함께 일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신지예) 언니와 나는 취향이 잘 맞으면서도 작업방식이나 강점이 다른데,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브랜드를 전개할 수 있어 좋다. 컬렉션 전반에 대한 디렉팅과 작업(디자인, 메이킹 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그 외의 업무는 분업한다. (신재은) 작업하다 보면 일과 생활이 완전히 분리되기 힘든데, 유동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패션 디자인과 주얼리 디자인의 차이는 못 느낀다. 흥미로운 점은 주얼리가 패션의 한 파트이면서 동시에 패션과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서울과 런던, 시드니 등의 도시에서 지예신의 주얼리가 판매된다. 각 도시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나도시에 따른 차이는 아직 못 느낀다. 다만 생각보다 다양한 고객층, 그중에서도 남성 고객의 비중이 꽤 높다는 게 흥미롭다. 곧 ‘센스닷컴(ssense.com)’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주얼리 소재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은. 시간 흐름에 따라, 착용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피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물성이 마음에 든다. 어느 정도 변색된 은의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주얼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가장 오래 간직한 주얼리는 어떤 것인가 (신지예)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도 오른손 약지에 끼고 있는 금반지. 19세에 엄마가 선물해 주신 것이다. (신재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구매한 톰 빈스의 팔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신지예) 런던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마켓에 참여해 내가 만든 반지를 판매했는데, 90세 할아버지가 아내 사진을 보여주며 어울리는 반지를 골라 달라고 했던 장면, 그때 그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신재은) 전시를 보러 온 고객이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을 넣은 반지를 주문했을 때.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작업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요즘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들. 자연스러운, 가식적이지 않은, 진짜의 것들.

돌고래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하프 돌핀 네크리스는 50만원대, Jiye Shin.
오래된 사진이 숨어 있는 포트레이트 링은 60만원대, Jiye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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