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화상회의장 놀라웠다" G20서 韓이 주목받은 또 한가지
“(화상회의장) 모든 게 놀라웠다.”(It was all amazing.)
올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일차 정상회의가 끝난 23일 셰르파(교섭대표)를 통해 한국 측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화상회의장을 인상 깊게 봤다. 기술진과 장관들, 고위급 인사들은 화상회의장의 준비 상황과 디자인 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화상회의장의 녹색(사우디아라비아를 상징하는 색)이 인상적이었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 12일 한-아세안(ASEAN)을 시작으로 22일 G20(주요 20개국)까지 8차례 화상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회의장이었다. 정상이 집무실에 1~2대의 모니터만 두고 화상회의를 했던 일부 국가와 달리, 독립된 세트장에서 높이 6m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둘러싸여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참가국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처음부터 독립된 화상회의장을 만들었던 건 아니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첫 정상 간 화상회의인 G20 특별화상정상회의 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서 회의에 참석했다. 책상에 마이크를 두고, 앞에 놓인 모니터 2대를 바라보면서다. 카메라는 예비용을 포함해 두 대가 설치됐다. 3m 정도 떨어져 앉은 참모진은 따로 마련된 모니터 한 대로 회의 진행 상황을 살폈다. 4월 아세안 3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 앞에 놓인 모니터가 한 대 더 늘어난 정도였다.
청와대가 화상회의장을 새로 제작한 것은 지난 6월 한·EU(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앞두고서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화상회의가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청와대는 우선 화상회의장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충무실로 옮겼다. 충무실은 신임 장관 임명식 등이 열리는 넓은 공간이다.
파란 벽이 세워졌고, 전면과 후면에 각국 정상을 화면으로 띄웠다. 기존 화상회의와 달리 배석하는 참모진이 문 대통령 양 옆으로 앉을 수 있게 좌석을 배치했다. 전면엔 카메라가 움직이는 레일을 깔았다. 화상회의장은 회의가 끝나면 해체한 뒤 회의가 있을 때마다 재조립하는 방식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EU 정상회의 이후 화상회의를 거치면서 회의장을 계속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해체했다가 재조립하는 방식이 아닌, 화상회의장 전용 공간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다만 비용 문제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아직까진 검토 수준이다.
지난 12일부터 사용된 화상회의장은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전후면 LED 화면은 벽면 전체가 한 화면이다. 방송 뉴스 스튜디오 화면처럼 분할됐다가, 하나의 넓은 화면으로 각국 정상이 나란히 선 모습을 띄우기도 했다. 특히 5대의 카메라가 문 대통령과 참모진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며 연출하는 화면은 각국 정상의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지난 15일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엔 LG의 롤러블(돌돌 말리는) 텔레비전(TV)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의제발언에 나서자 롤러블TV가 펴졌고, 정상회의 로고가 띄워졌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화상정상회의 땐 조명에 신경썼다고 한다. 정상회의 로고나 의장국을 고려해 회의 때마다 조명 색깔을 바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장국이었던 G20 정상회의에선 회의장을 녹색 조명으로 비췄고, 바닥도 녹색으로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화상회의장의 녹색(Leader office’s green color)”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국이 많이 참여하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한국의 화상회의장 모습은 차별화됐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소 사용하는 백악관 상황실 테이블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회의에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면에 모니터를 두고 귀에 통역기를 건 채로 회의를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회의장 배경은 정적인 산수화였다.
지난 17일 RCEP 정상회의 직후 베트남은 “화상회의장 제작 노하우를 알고 싶다”고 한국 측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우리 화상회의장을 보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싶다는 각국의 ‘러브콜’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회의장 기획·제작에 참여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우리의 회담장 구성에 다들 놀라워 하고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또 예정된 화상정상회의에 우리의 시스템이 참고할만 하다는 점을 인정받은 점에서 그래도 다행이었다”고 썼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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