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 백신이 효과 더 좋네..아스트라제네카 미스터리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0. 11. 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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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은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사진)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끼워 넣어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이다./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이 2만3000여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평균 70%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2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하지만 백신을 저용량으로 접종하면 면역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과학자들이 원인 규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을 한 달 간격으로, 첫 회에는 1회 접종량의 절반을 투여하고, 두 번째에는 1회 접종량을 모두 투여할 경우 가짜약을 접종한 사람보다 코로나 감염이 90%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두 번 모두 1회 분량을 접종할 경우에는 면역 효과가 62%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두 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평균 면역 효과가 70%라고 밝혔다.

이번 백신은 앞서 미국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면역 효과 95%에 비해 효과가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백신을 1대 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는 모두 보도자료 형식으로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으며, 상세 정보가 담긴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백신 재료 따라 면역반응 달라져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임상시험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131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백신과 가짜약을 접종하고 2주 후 코로나 감염자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어떤 약을 접종 받는지 모른다. 저용량 백신은 2741명에게, 고용량 백신은 8895명에게 투여했다.

과학자들은 우선 백신 재료에 따라 면역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를 지방 입자로 감싼 형태다. 인체에 들어가면 RNA 정보대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든다. 인체는 이 단백질에 대항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실제 바이러스 공격을 차단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RNA를 집어넣은 형태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자체 유전자를 복제하지 못하도록 변형됐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만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캐티 이워 교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백신에 사용한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가 저용량에서 더 큰 면역 효과를 유발한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투여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면역반응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전달체인 아데노바이러스 역시 면역반응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량으로 백신을 투여하면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면역반응이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의 면역반응을 가려 코로나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제임스 윌슨 교수와 위스타 연구소의 힐데군트 에르틀 박사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에르틀 박사는 생쥐에게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을 두 차례 투여했을 때 역시 처음에 저용량으로 투여한 경우 면역력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의 이워 교수”는 필요 이상이 고용량 백신으로 오히려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저용량 접종 후 표준 접종 체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처음에 절반 용량의 백신을 투여하면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을 더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T세포는 바이러스를 기억했다가 다음번에 침입하면 바로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생산 시설./아스트라제네카

◇무증상 감염도 차단 가능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코로나 감염자 중 중증을 보이거나 입원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무증상 감염자도 적었다. 다른 회사들은 증상이 나타난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만 바이러스 검사를 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무증상 참가자도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는 독성이 없는 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체로 사용해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 반면 화이자는 열에 약한 지방 입자로 RNA를 감싼 형태여서 영하 70도로 냉동 보관해야 한다. 가격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4달러로 모더나의 25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말까지 2억회 접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까지는 30억회 접종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영국과 케냐, 일본, 인도에서 6만명 이상이 참여한 추가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매트 핸콕 영국 보건장관은 “최대 90% 면역 효과가 있는 이 백신의 데이터에 매우 기쁘고 환영한다”면서 “이미 영국 정부는 이 백신 1억회분을 주문한 상황으로, 새해에는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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