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구매 신중했던 정부, 이유 있었다

이혜영 기자 2020. 11. 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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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3상 임상서 최대 90% 면역 효과
가격 낮고 유통 용이..한국서도 생산 가능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 로이터 연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이 잇달아 낭보를 전하며 전 세계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가장 먼저 접종 포문을 열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한국 정부는 두 제약사 백신 구매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전 국민 접종이 필요한 상황에서 면역 효과와 가격, 유통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이 이같은 판단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군 임상시험 3상 결과가 나오면서 한층 더 힘을 받게 됐다. 

부작용 없고 가격·유통 강점 커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 낮은 가격 ▲ 보관·유통 용이 ▲ 한국 생산가능 ▲ 특이할 만한 부작용이 없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본격화 하면서 1도즈(1회 접종분)당 가격을 3~5달러 사이로 책정하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공급하는 백신 가격이 2.5달러 안팎에서 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회당 접종 가격은 3000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화이자는 미국에 공급할 첫 1억 도즈를 1도즈당 19.5달러(약 2만1000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 사람이 2도즈를 접종해야 면역 효과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화이자 백신을 맞는 데 개인당 39달러(약 4만3000원)가 소요된다. 이 가격이 미국 내 공급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과 같이 해외로 운반될 경우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  

모더나 백신은 여러 제약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중 가장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모더나가 미국 정부와 맺은 계약을 토대로 모더나 백신이 최소 1도즈당 15~25달러(약 1만7000~2만8000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다량의 백신을 유통해야 하는 만큼 보관 조건도 중요하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했다. 개발기간 단축과 안전성을 높이는 최신 기술을 적용했지만, 현재까지 상용화 된 전례가 없다. mRNA 백신은 열과 화학반응에 까다로워 보관 기준을 이탈하면 유전 결합이 깨져버려 효과를 보기 어려운 '현실적 장벽'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영하 70도±10도'에서 운송해야 하고, 백신 접종을 위한 해동 과정이 필요하다. 화이자 백신을 해동한 뒤에는 가정이나 병원에서 쓰이는 일반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 최대 5일간 보관할 수 있다. 모더나는 백신이 영하 20도에서 6개월간 안정적이며, 2~8도에서도 30일간 효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비활성화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집어넣은 뒤 인체에 투입해 면역반응을 끌어내는 원리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보관 조건도 앞선 두 백신에 비해 비교적 쉬워 2~8도의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최소 6개월간 백신을 운송·관리할 수 있다. 

면역 효과 최대 90%…한국서 생산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은 가격과 보관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백신 면역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연구진은 23일(현지 시각) 영국과 브라질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의 면역 효과가 평균 70%라고 밝혔다.

평균 면역은 70%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후보군에 다소 못 미치지만, 1회 접종분(도즈)의 절반을 맞고 한 달여 뒤 1회분을 또 접종한 시험군에서는 면역 효과가 최대 90%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90% 효과를 낸 방법을 토대로 향후 백신 제조에서도 이를 적극 반영해 평균 면역 효과를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백신과 관련해 발견된 주요 부작용은 없다고 밝혔다.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최종 승인을 받으면, 내년 1월부터 수 억 회 분의 대량 생산을 통한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7월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원액과 완제를 위탁생산(CMO)하는 계약을 체결한 만큼, 국내 생산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백신을 저렴하고 쉽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국 "3000만 명분 백신 확보 가능"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코로나19 백신 확보에서 한국 정부가 한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개별 기업과의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제때 확보한다는 정부 목표는 명확하다"고 강조하며 계획에 따라 백신 구매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어떤 백신 제약사와는 계약서를 검토하는 단계에 와 있고, 어떤 제약사와는 구매 조건을 계속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백신 3000만 명분은 계약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추가적인 물량 확보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다. 확보할 백신의 종류와 물량에 대해서는 12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백신 확보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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