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고생했을텐데.." 노량진 학원가 컵밥 사장님의 걱정

김주현 기자 입력 2020. 11. 24. 16:02 수정 2020. 11. 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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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노량진컵밥거리'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사진=김주현 기자


"옆 가게는 검사 결과 기다리느라 문 못 열고 있죠. 전 검사를 빨리해서 어제 음성이 나왔어요."

24일 오전 찾아간 서울 노량진 고시촌의 명물 '컵밥 거리'의 한 가게 사장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줄지어 자리 잡은 가게 대부분은 셔터를 내리고 있었다. 19곳에 달하는 가게 가운데 단 두 곳만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전날엔 모든 가게가 휴업했다고 했다.

중등교원 임용시험(이하 임용고시) 하루 전이었던 지난 20일 노량진의 한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코로나19(COVID-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여파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학원의 주변 상인들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백팩을 멘 학생들로 빼곡했던 거리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삼겹살을 볶던 사장님은 "원래는 임용고시가 한 해 마지막 시험인데 올해는 수능이 늦춰지면서 노량진에 n수생과 편입생들만 남았다"라며 "코로나 때문에 시험을 못 본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수험생 시계는 계속 흐른다…"무섭긴 한데 시험 준비는 해야죠"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수도권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 밀집지역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일 낮까지 노량진 임용단기 학원 관련 확진자가 1명 추가, 총 81명이다. 2020.11.24/뉴스1

고시학원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수험생들의 코로나19 경계심은 더 높아졌다. 현장 강의를 듣기 위해 아침부터 노량진을 찾은 수험생들은 건물 입구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틈틈이 손 소독제를 사용했다.

유아 임용고시 2차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씨(25)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장 강의를 듣는데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숨이 차고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서 나머지 공부를 한다"라며 "집단감염이 나와 무섭기도 하지만 시험 준비는 해야 하니 손이라도 더 자주 씻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학원은 8㎡ 면적 당 1명 인원 제한 또는 두 칸 띄우기를 이행해야 한다. 4㎡당 1명 인원 제한 또는 한 칸 띄우기를 한다면 밤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된다.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구청·보건소 등은 전날부터 관악·동작구 관내 학원의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공모씨(20)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학원이 바로 옆이지만 실습수업이 많아 매일 학원에 와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고 손도 열심히 씻으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올해가 끝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 준비는 계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험생 대부분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시험을 치르지 못한 수험생들을 언급하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3년째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라는 임모씨(27)는 "남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며 "그날만 바라보면서 1년을 준비했을 텐데 시험 응시조차 못했다는 게 너무 슬프다"라고 말했다.

"1년을 꼬박 고생했는데, 마음 아파"…"구제해달라" 국민청원도 등장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고시촌 거리가 한산하다./사진=김주현 기자

이날 낮 기준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에서는 지난 18일 첫 확진 수강생이 나온 이후 총 69명의 수험생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이 가운데 임용고시 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67명은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매일 아침 김밥을 파는 오모씨(60)는 "그 학원 학생들은 지난 주 종강하고 각자 시험을 보러 흩어진건데 직전에 확진이 돼 시험도 못 봤다고 하니 안타깝다"라며 "1년 동안 고생한 게 수포가 될까봐 누구보다 조심했을 텐데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중등교사 임용고시 시험 응시 제한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 글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기회 박탈은 응시생들의 오랜 노력을 통째로 부정해 버린 교육부의 무책임한 방침"이라며 "수능과 달리 확진자 구제 방안에 소극적이고 대형 학원가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문제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하게 다수가 모여 장시간 수업을 들어야하는 대형학원에서는 방역 수칙을 원칙적으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밀폐된 공간은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키고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하는 등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방역수칙 준수를 독려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감시하는 방역 관리체계도 자리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21일 임용고시를 치르지 못한 60여명은 학원의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수집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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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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