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가는 '쉬운 길'은 없다..거리 두기 둔감하게 만드는 4가지 오해들

이창준 기자 2020. 11. 2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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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4일부터 수도권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2단계로 상향됐다. 올해 내내 이어진 거리 두기로 피로감이 쌓여 자포자기의 심정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아직 미국이나 유럽보다 확진자 규모가 매우 적은 데다, 앞선 두 차례의 유행도 잘 이겨내왔던 만큼 ‘나 하나쯤 안 지킨다고 이번에도 별일 있겠나’라는 마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3차 유행이 본격화된 지금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모임을 가지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쉬운 길’은 없다. 방역의 초심을 되찾기 위해 거리 두기에 조금씩 둔감해지게 만드는 오해들을 정리해 봤다.

24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에서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가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광주에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은 두 곳으로 전남대병원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진료가 중단된 가운데 나머지 한 곳인 조선대병원 응급실이 과포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① 한국은 해외보다 확진자 수가 훨씬 적잖아요

하루에도 확진자가 20만명씩 발생하는 미국이나 연일 수만명의 신규 감염을 낳고 있는 유럽에 비하면 한국의 상황이 분명 낫기는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는 정비례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곱, 세제곱, 네제곱의 지수증가를 하는 특성상 변곡점을 지나기 전에 막지 않으면 언제든 해외처럼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경고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2단계 효과가 나타나는 데 2~3주가 걸린다”면서 “그사이 충분히 전파가 차단되지 않으면 2~3주 후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 2000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한꺼번에 급격히 증가하면,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한 추적·진단이 불가능해지고 의료체계가 붕괴돼 그다음부터는 지수증가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하루 300명대의 신규 확진자를 해외 수준과 비교해 적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유행의) 파도가 올 때마다 파고가 점점 커진다”며 “지금 상황이 통제된다고 하더라도 4번째 파도가 올 것이고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서울시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지하철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② 어차피 ‘운’ 아닌가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 6~8일 성인 10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1%은 ‘내가 감염되느냐 마느냐는 어느 정도 운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감염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

실제 지난 9월 대구의 한 방문판매 설명회의 경우 참석자 27명 중 26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현장에서 KF94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었던 1명은 유일하게 감염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전남에서도 확진자와 함께 좁고 밀폐된 승용차 안에 1시간 이상을 동승했던 일행 3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 역시 승용차 탑승 내내 한번도 벗지 않은 마스크의 힘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 물리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된 24일 서울 시내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고객들이 주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③ 백신이 곧 나오지 않나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3상 임상시험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이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빠르면 연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백신 안전성 허가와 배송 시스템 준비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접종이 시작된다 해도 연령대나 개인 건강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예방 확률과 효과 지속 기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내년에도 백신은 거리 두기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수단’에 머물 것이라 보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취약계층부터 차근차근 맞기 시작하면 1단계 방역 수준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충남 공주 푸르메요양병원 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④ 젊고 건강하면 괜찮지 않나요

기저질환이 없는 청년·중장년 층이 코로나19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90%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젊은 층에서도 위중·중증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다, 후유증이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어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아미타바 바네르지 교수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연령 44세 이하의 코로나19 환자 200명 중 70%가량으로부터 회복 4개월 후 심장·폐·간·췌장 등 1개 이상의 장기 손상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경증이나 무증상 상태에서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는 젊은 층은 지역사회의 전파 감염고리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특히 더 유의해야 한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n차 감염이 고위험군이 집단거주하는 요양시설 등으로 번질 경우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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