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아쉬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2020. 11. 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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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감찰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했다. 잇따른 수사지휘권 발동과 검사 인사 배제를 통해 윤 총장의 힘을 뺀 추 장관이 마지막으로 권한 행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추 장관은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처분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 채동욱 검찰총장이 법무부 감찰이 시작되자 사퇴한 적은 있지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추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JTBC 사주 홍석현씨와의 만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의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검·언 유착 등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검·언 유착 감찰 관련 정보 유출, 정치적 언행, 법무부 감찰 불응 등을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사유로 들었다. 그동안 윤 총장 언행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 언론사 사주와 따로 만난 것, 총장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것, 특정 재판부에 대한 정보 수집을 묵인하고 활용한 것 등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할 정도의 사유인지는 따질 필요가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 정보를 외부에 알렸다고 했지만 누구에게 유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더구나 추 장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을 비판하며 감찰과 관련된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시로 올렸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 조국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을 했다’고도 했는데, 전후 맥락을 보면 재판에 대비한 기초적인 정보수집 정도로 볼 여지도 있다. 법무부 감찰관실의 윤 총장 대면조사가 무산된 것도 다시 준비해 하면 된다. 윤 총장이 불응했다고 기다렸다는 듯 직무를 배제한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할 만큼 의혹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컨대 윤 총장이 홍석현씨와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또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발표 직전 보고만 받았다는 문 대통령의 침묵도 이해하기 어렵다.

윤 총장은 법적으로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법적 대결을 펼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추 장관이 이번 조치로 검찰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코드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위를 떠나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활용해 현직 총장을 직무배제한 것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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