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헌정사상 초유인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명령

연합뉴스 2020. 11. 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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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법무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게 직무배제 명령을 내린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두 사람의 화해하기 힘든 강 대 강 대결의 끝을 보여주는 불행한 사태는 결국 그렇게 오고야 말았다. 이날 오후 6시 5분께 추 장관이 기자실을 직접 찾아 브리핑한 것은 전격적이었다 할 수 있겠으나 브리핑의 요지가 갈등의 정점을 찍는 이런 내용이었다는 점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양인의 힘겨루기 끝에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대면 감찰 조사 시도가 최근 중단됐을 때부터 이를 고리로 한 파국적 상황이 곧 닥치리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브리핑에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6가지 혐의를 직무배제 사유로 들고 총장 징계도 함께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런 브리핑에 대한 윤 총장의 반박은 즉각적이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그간 한 점 부끄럼 없이 소임을 다해왔다며, 위법ㆍ부당한 처분에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대검 입장문을 통해 강력히 반발한 것이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두 사람은 정말 갈 데까지 간 느낌이 확연하다. 추 장관으로서는 장관 직위를 가지고서 검찰총장에 대해 실행할 수 있는 최대치의 압박 권한을 행사했다. 임기가 보장된 총장에게 자리를 내놓으라는 뜻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고강도 처분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그런 부담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제자리를 지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으니 두 사람의 벼랑 끝 대치는 이미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가 징계위원회를 꾸려 총장 징계 심의에 들어가면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장은 장관이지만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심의에 관여하지 못하므로 추 장관은 위원장 직무대리를 지정해야 한다. 징계위는 장관 직무대리 외 차관, 그리고 장관이 지명한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한 외부인 3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 징계는 최고 수위로 해임까지 가능하며 해임을 비롯해 면직, 정직, 감봉에까지 이르는 중징계가 결정되면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징계를 집행한다고 한다. 장관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 같은 징계위 구조와 추 장관의 강경한 태도로 미뤄 볼 때 최고 수위의 징계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을 법한 상황이다. 이에 맞서 윤 총장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만큼 직무배제 명령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론전까지 동반한 이런 둘의 갈등을 또 지켜보게 된 것은 비현실적이며 짜증 나고 혼란스럽다. 과연 이들이 이 나라 검찰ㆍ법무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과 그 지휘 아래 정부의 수사ㆍ소추 기능을 맡는 준사법기관의 수장이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드니 말이다.

두 사람의 다툼을 바라보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묵묵히 일에 파묻혀 사는 일선 검사들의 분열과 검찰 조직의 훼손 문제다. 검찰 상층부야 일찌감치 추 라인이냐, 윤 라인이냐로 갈려서 으르렁댄 지 오래라지만, 말단부까지 그런 것에 영향받아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 개혁을 위한 동력이 상실되지 않을까 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정신 없는 난타전에 시민들은 어느덧 둘이 왜 싸우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추 장관이 앞세우는 검찰 개혁은 무엇이며 윤 총장이 내세우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또한 무엇인지 모두 묻혀가고 있을 뿐 아니라 과연 그들이 그것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지마저 의심하는 시선도 많다. 두 사람 모두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추 장관의 브리핑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관련 절차에 따른 일 처리인 만큼 추 장관에게 일단 맡겨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안이 엄중한 만큼 양인의 인사권자로서 문 대통령이 나설 시점이 닥쳤다는 지적을 청와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부 기능의 비정상과 정국 난맥상을 더 방치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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