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2월에 받은 '재판부 감찰 의혹' 문건을 尹 직무배제에 활용

박국희 기자 2020. 11. 2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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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

추미애 법무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 근거로 삼은 의혹들 중 새로운 것은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 한 가지 뿐이다. 언론사주 접촉 의혹, 채널A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 의혹, 감찰 비협조,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제기됐고 적극적으로 윤 총장이 반박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 추 장관이 이날 처음으로 제기한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조차 추 장관 측근으로 알려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올초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시절 직접 받아봤던 보고서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실제 재판부 사찰 문건이라면 그걸 추 장관 측근인 심 국장에게 주겠느냐” “사찰 문건이 맞다면 심 국장은 그 당시에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추 장관은 브리핑에서 “2020년 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 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실제 보고서 내용이나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판 검사들이 통상 하는 일을 추 장관이 판사 감찰로 둔갑시켰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요 사건 공판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판사들의 기존 판례가 어떤지, 증거를 깐깐하게 채택하는지 여부 등 재판 스타일을 알아보는 것은 통상 업무라는 것이다. 추 장관이 언급한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등도 대부분 언론에 공개된 내용들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오른쪽)와 인사청문회준비단 소속 심재철 당시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가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에 마련된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보고서를 당시 직접 받아본 당사자가 추 장관의 측근인 심재철 검찰국장(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알려졌지만, 추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 말이 맞다면 대검 측에서 판사 사찰 자료를 친정권 성향으로 알려진 심 국장에게 왜 건네주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판사 사찰 자료가 맞다면 심 국장이 올초 이를 직접 받았을 당시 문제를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것도 감찰 대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법조 관계자는 “2월에 받은 판사 감찰 보고서를 심 국장이 지금껏 숨겨왔다면 심 국장도 사실상 공범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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