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 지원 가속페달 밟는 李통일, 과연 서두를 일인가

2020. 11.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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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그제 국내 4대 그룹 고위 경영진과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갖고 남북경협사업 발굴 의지를 밝혔다.

평화적 남북 교류에 앞장 서야 할 통일부의 성격상 이 장관의 발언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대북 지원의 뜻이 옳다 해도 국민 정서와 현실을 도외시한 사업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통일부와 이 장관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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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그제 국내 4대 그룹 고위 경영진과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갖고 남북경협사업 발굴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기업이코로나 환경 속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남북경협 2.0 시대를 열어나가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는게 그의 설명이었지만 적극적으로 남북경협에 나설 준비를 해 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이 날은 연평도 포격 10주기였다. 북한이 연평도에 170여 발의 장사정포와 해안포를 퍼부어 우리 해병대원 2명과 죄없는 민간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날이었다. 천안함 피격 사건 후 불과 8개월만에 또 일어난 북한의 도발로 연평도 주민 모두가 황급히 육지로 피신해야 했으며 주택 22채와 산지 70%가 망가졌다. 북한이 1953년 휴전 이후 최초로 우리 영토를 직접 포격하고 국민을 살상한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이 장관은 사실상 대북 지원을 요청하는 간담회를 이날 주재한 것이다.

평화적 남북 교류에 앞장 서야 할 통일부의 성격상 이 장관의 발언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남북경협을 화두로 올린 이날 회의는 북한의 도발과 핵무기·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여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시기 등 여러 면에서 적절치 못했다. 통일부는 날짜가 겹친 것이 ‘우연’이라고 했지만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이 장관은 18일 “코로나백신이 좀 부족하더라도 북한과 나누자”고 제의했다가 “우리도 확보한 게 없는데 무슨 소리냐”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북한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비판에 몰린 상황에서 나온 그의 대북 지원 요청에 고개를 끄덕일 기업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장관이 언급한 남북 경협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북 관여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대북 지원의 뜻이 옳다 해도 국민 정서와 현실을 도외시한 사업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통일부와 이 장관은 명심해야 한다. 급할 수록 천천히 가는 게 더 큰 실익을 안겨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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