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빵집 금지했더니 짐 싸들고 맥도날드 간 '카공족'..풍선효과 어쩌나

입력 2020. 11. 25. 10:22 수정 2020. 11. 25.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카페는 물론 학교 도서관도 닫아 패스트푸드점 올 수밖에"
동종업계에서, 형평성 불만 터져나오기도
제과업계 "시키는 대로 홀 뺐는데..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며 노트북을 보고 있다.김빛나 기자/binna@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김빛나 기자] 직장인 김모(27)씨는 지난 24일 거래처와 점심 식사 후 급하게 처리할 업무가 있어 카페에 가려다 이날부터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부랴부랴 가까운 맥도날드를 찾은 김씨는 그곳에서 익숙한 풍경을 마주했다. 콘센트와 쇼파가 갖춰진 벽쪽 좌석을 따라 노트북을 펴고 마스크를 낀 채 일을 보는 ‘카공족’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24일 0시부터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공부와 업무 상 만남을 할 장소를 잃어버린 학생과 직장인들이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헤럴드경제가 광진‧마포‧송파‧성동구 일대 햄버거를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 8군데를 둘러본 결과 시간대에 상관없이 노트북이나 책을 펼친 시민을 한 명 이상 발견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정문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 2층에는 스무 명 넘는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배치된 좌석들은 모두 만석이었다. 노트북 편 채로 마주 앉은 대학생들부터 정장 차림으로 서류를 넘기는 직장인, 아이들 이야기 나누는 학부모들까지 다양했다. 혼자 자리잡은 한 손님은 휴대폰으로는 4분할된 화상 앱에 접속하고 태블릿으로 자료를 찾으며 회의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2인 테이블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던 대학생 정모(25)씨는 “자격증 공부 중인데 의지가 약해 집에서만 공부하기 힘들어 친구랑 중간점검하려 만났다”며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며 카페는 물론 학교 중앙도서관도 10시에 닫고 단과대 도서관들은 아예 열지 않아 9시까지만 있다 가려고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대학가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세종대 학생 서모(22)씨와 이모(25)씨는 창가에 놓인 바 형태 테이블에서 노트북 두 대와 전자기판을 놓고 조별과제를 하고 있었다. 막 식사를 마치고 쟁반을 옆으로 밀어둔 서씨는 “카페에 갈 수 없어 불편함이 크다”며 “온지 3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9시면 문을 닫지 않아 갈 수밖에 없냐”고 반문했다.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패스트푸드점 2층 창가 자리에 앉은 시민들이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이날 서울 송파구 문정역 일대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점심시간이나 외출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하는 시민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연차를 쓰고 동네에서 12월 휴가 계획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다는 문정동 거주 추모(30)씨도 “외출한 김에 식사하며 잠깐 공부를 하고 있다”며 “카페에 갈 수 없어 불편하기는 하지만 공부는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방역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페 내 취식이 아예 불가능해지면서 풍선효과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몰리자 동종업계에서는 형평성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양대 정문 앞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 양 옆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카운터가 있는 1층 위로는 불이 꺼진 채 텅 빈 모습이었다. 한양대 학생 정씨는 “24시간 운영해 대학가 시험기간에 도서관에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이 카페에 가득했었다”고 설명했다.

카페 내 취식 금지로 인한 풍선 효과는 지난 9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던 당시에도 커피 등 제조 음료를 판매하는 제과점으로 손님이 몰리는 등 이미 풍선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페라 (취식 금지에) 해당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했더니 대상이라 해서 홀을 뺐다”며 “일단 정부에서 시키는대로 하니까 하긴 하는데 브런치 카페는 또 (취식이) 된다고 해서 똑같이 주력 메뉴는 커피인데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는 지난 24일 자정 직전까지도 단순 음식점으로 신고된 커피판매점이 취식 금지 매장에 해당하느냐로 혼란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에 신고 업종에 상관없이 커피 음료나 디저트 위주로 판매할 경우 카페로 분류하기로 결정해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addressh@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