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한민국' 파괴되고 있다

기자 2020. 11.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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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가덕도신공항도 월성 1호기도

대통령 한마디에 꿰맞춰 결정

민주공화국 아닌 文主독재국

김경수 유죄 ‘훗날 훈장’ 운운

정 총리도 “추 장관 격려한다”

‘우리끼리’는 北정권도 해당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의 ‘민주공화국’을 ‘문주(文主)독재국’으로 만든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지만,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2항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으로부터 나온다’로 바꿔 읽어야 할 지경이다. 역사상 ‘문’ 같은 사람은 없었다는 의미인 ‘전대미문(前代未文)’이 시중에 떠도는 신(新)사자성어 중에서 점잖은 편에 드는 이유다. 문 대통령 의중에 꿰맞추기 위해서는 국가 시스템까지 조작에 동원하고, 불법과 부정(不正)도 합법과 정의로 둔갑시킨다. 그의 뜻을 거스르면, 옳은 것이어도 ‘개혁 저항’으로 매도된다.

10조 원이 훨씬 넘는 국민 혈세가 들어갈 부산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국가의 기본과 근본이 전방위로 파괴되는 예 중의 하나다. 국토교통부 용역에 따라, 2016년 프랑스의 세계적 전문기관이 동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 방안인 것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부산 지역 인사들과 만나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다시 검증하겠다고 했다. 당시 국무총리이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를 만든 이유다. 그 검증은 가덕도 공항 적합성 여부와는 무관하다. 결론도 ‘김해신공항 근본적 검토’였다. 하지만 왜곡 해석하며, 가덕도신공항을 기정사실화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 때문에 치르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뿐 아니라, 2022년 차기 대선까지 해당 지역 표심을 노렸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월성 원전(原電)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의 경제성 평가 조작도 출발점은 시대착오적 탈(脫)원전에 집착한 문 대통령의 “가동 중단 결정은 언제 하느냐”는 한마디였다. 문 대통령의 야당 시절 한마디 “30년 지기 송철호 후보 당선이 소원”은 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공작으로 이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까지 능멸하는 전대미문 법무부(法無部) 장관’ 지탄에 아랑곳없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선 위법도 서슴지 않고, 급기야 헌정(憲政) 사상 초유의 ‘직무집행정지 명령과 징계 청구’ 폭거까지 자행한 배경 또한 다르지 않다. 황당한 사유를 억지로 만들어 ‘법이 정한 원칙’을 참칭한 위헌적이면서 적반하장인 패악인데도, 미리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사실상 승인했다. 문 정권에 대한 수사의 원천 봉쇄가 ‘문 대통령 식(式) 검찰 개혁’이어서 그런 셈이다.

그런 추 장관에 대해, 정세균 총리는 “검찰 개혁을 열심히, 잘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격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총리도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를 노리고 문 대통령 의중에 맞춰, 낯 뜨거울 말을 하는 것이다. 문 정부 청와대의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확인서를 부정 발급한 혐의 등 피고인 신분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상징하는 바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대선 여론을 불법 조작한 혐의로 그날 2심 재판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두고 ‘역시 멋진 친구’라며, 최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시대에 피고인으로 사는 것은 훗날 훈장이 될 수도 있을 거라며 유쾌하게 통화를 마쳤다. 지치지 않게 성원해 달라.’

문 대통령 의중의 근원인 ‘우리끼리’ 행태는 북한 정권에까지 확장된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북한군이 총살한 사실은 북한도 시인했지만, 문 정부는 책임을 묻기조차 꺼린다. 6·25전쟁 후 처음으로 휴전선 이남 영토가 유린당하며 해병 2명이 전사한, 북한군의 연평도 기습 포격 10주기에도 문 대통령은 메시지 한 줄 내지 않고 휴가를 갔다. 여권은 국가보안법 휴지화에도 나섰다. 이규민·김용민·김남국·김진애 등 의원 15명이 발의해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한 국보법 개정안은 폐지안에 가깝다. ‘북한 정권도 우리’라는 문 대통령 인식의 직·간접적 반영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물론, 그를 헌법 위에 있는 것으로 숭배하는 친문 집단도 스스로 이성(理性)을 찾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관(民官)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상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강력하게 저항해, 대한민국을 더는 파괴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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