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첫 관문'..가처분 심문 주요 쟁점은?
'경영권 방어' 판단이면 인수 무산…늦어도 내달 1일 법원 판단 나올 듯
[더팩트|한예주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걸린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오늘(25일) 진행된다.
이번 심문기일에서는 법원이 경영상의 '시급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줄지, 현 상황을 경영권 분쟁으로 판단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국내 항공 산업 재편의 첫 관문이자 최대 고비인 만큼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5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심문한다.
다음 달 2일이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날 심문으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직후부터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증에 대한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산은은 양대 항공사 통합을 위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통상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회사가 불공정하게 주식을 발행, 주주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해 법원에 발행을 금지해달라고 제기한다. 관건은 법원이 이번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다.
상법 제418조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6항에서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고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시급성, 이를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산업은행에 대한 제3자배정 유증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하고 적법한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KCGI는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KCGI의 주장대로 법원이 한진칼의 신주 발행에 대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아니라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이라고 판단하면 가처분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다.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없다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자금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은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무산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그룹은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인수 절차가 이뤄지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분 유지 조건을 충족시킨다"며 "동시에 산은이 통합절차의 건전한 견제와 감시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KCGI는 "가처분 인용 시에도 대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 자산매각, 기존 주주에게도 참여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이 신주 발행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와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한진칼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유증의 요건으로 '긴급한 자금조달',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한진칼이 산은을 상대로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목적이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라면서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한진 쪽이 조금 더 유리한 입장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또다시 입장문을 내고 "10만 명 일자리가 사모펀드(KCGI)의 이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 기각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한진그룹은 "KCGI가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 결과를 얻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거짓말로 가처분 재판부의 눈을 가리려고 하고 있다"며 "투기 세력의 욕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까지 발목이 잡힐 위기에 놓였다"고 강조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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