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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내부 고발자 숨졌다

윤기은 기자 입력 2020. 11. 25. 14:30 수정 2020. 11.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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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 때 집사
교황 비밀 편지 등 기밀 유출
옥살이 하다 바티칸서 추방

[경향신문]

파올로 가브리엘레

바티칸 고위 성직자들의 비리 등이 담긴 교황청 기밀문서를 언론에 유출해 파문을 일으켰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집사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2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54세.

이탈리아 언론들은 가브리엘레가 이날 로마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 때인 2006년부터 수행비서이자 집사로 일한 가브리엘레는 교황에게 전달된 비밀 서한 등 기밀문서 다수를 2012년 이탈리아 출신 탐사기자 잔루이지 누치에게 전했다. 바티칸 은행이 돈세탁으로 돈을 벌고,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이 거액을 받고 유명인사와 교황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누치는 이를 토대로 고위 성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한 책 <교황 성하(聖下)-베네딕토 16세의 비밀편지>를 2012년 펴냈고, 이 책은 유럽에서 100만부 이상 팔렸다. 언론은 이 사건을 ‘위키리크스’에 빗대 ‘바티리크스(Vatileaks)’라고 칭했다.

가브리엘레는 그해 기밀문서 불법 소지·누설 등 혐의로 기소돼 바티칸 법원에서 징역 18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두달여간 옥살이를 하다 베네딕토 16세의 성탄절 특별 사면으로 출옥했고, 바티칸에서 추방당했다. 그는 바티칸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교황청 내의 악과 부패가 만연한 것을 목도했고, 더 이상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책이 출간된 이듬해인 2013년 2월 “고령으로 더는 직무를 수행할 힘이 없다”며 사임했다. 가브리엘레의 폭로가 퇴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가브리엘레 사망에 대한 베네딕토 16세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93세의 고령인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내 한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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