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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출생' 원인으로 '고용 성차별' 첫 언급했다

김미향 입력 2020. 11. 26. 17:06 수정 2020. 11. 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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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향후 5년간 이어질 저출생 대응 정책방향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노동시장의 고용 성평등이 주요 의제로 담길 전망이다.

앞서 제3차 기본계획(2019년 수정안 기준)에서는 △성평등 육아 △성평등 교육 △채용 성차별 해소 등이 언급될 뿐, 계획안 전반에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성평등을 주요 과제로 담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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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 4차 기본계획 공청회
26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서형수 부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이어질 저출생 대응 정책방향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노동시장의 고용 성평등이 주요 의제로 담길 전망이다. 정부가 뿌리깊은 노동시장 성차별 극복을 저출생 문제의 주요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26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문재인 대통령)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공청회를 열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미래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범부처 계획을 심의하는 기구다. 이날 공청회는 2021년부터 5년간 추진할 저출생 대응 정책 방향을 담은 시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시안은 우리나라 성별 고용격차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낮은 지위, 이로 인한 청년 여성의 출산 비선택 등을 주목했다. 박선영 성평등노동권분과장(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1~3차 계획에서 담지 못한 ‘여성의 고용 성평등권’을 4차 계획에서는 주요 의제로 보강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3차 기본계획(2019년 수정안 기준)에서는 △성평등 육아 △성평등 교육 △채용 성차별 해소 등이 언급될 뿐, 계획안 전반에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성평등을 주요 과제로 담고 있지는 않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공청회 시안 갈무리

4차 계획 추진방향 발표를 맡은 김미곤 미래기획분과장(세종시사회서비스원 원장)은 “성차별적인 노동시장도 (저출생의) 한 원인이다. 기존 계획에서는 젠더 관점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김 분과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등 이중구조가 심각한데, 남녀 간의 이중구조도 크다”고 했다.

김 분과장은 “여성의 경우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OECD 평균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고 했다. 저임금 근로자비율은 임금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전체 임금노동자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임금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임금을 저임금으로 본다. 2019년 한국의 성별 저임금근로자비율은 남성이 11.1%인 반면 여성은 26.1%에 달한다.

20대에 가장 높은 여성 고용률은 출산기인 30대에 곤두박질 쳤다가 40대 이후에 다시 올라가는 M자 구조를 보인다. 김 분과장은 “여성 고용률은 (경력단절로 인해) M자형이다. 반면, 성별 가사노동 현실에서는 압도적으로 여성에게 가사노동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수준으로 인한 소득 불안은 혼인시기의 지연과 출산의 연기·포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시안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인구변화 대응 사회 혁신을 세 가지 목표로 뒀다. 세부 추진 전략으로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생애 전반 성재생산 건강 보장 △여성의 경력유지 및 성장기반 강화를 명시했다. 또 여성 삶에서 노동의 중요성 크게 높아졌는데, 여성은 주로 불안정·저임금 등 낮은 지위 일자리에 위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온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고용 성평등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저출생 해결은 요원한다”고 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공청회 시안 갈무리

여성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만, 오늘날 여성과 남성 모두 ‘일’을 중심에 두는 사회로 변했다. 시안에 담긴 ‘2030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보면, 여성은 전체 삶에서 일과 개인생활의 중요도를 남성보다 높게 뒀다. 여성은 자신의 삶에서 일(36.2%), 개인생활(29.5%)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자녀(12.6%)는 후순위였다. 이는 일(35.9%), 개인생활(26.6%), 자녀(14.1%) 순으로 우선 순위를 둔 남성과 비슷하다.

통계청 ‘2019 생활시간조사’ 자료

이처럼 청년층은 남녀 모두 ‘노동 중심 생애'로 삶이 재편됐는데 가정에서의 가사노동은 여성에게 몰려있는 구조다. 시안이 인용한 ‘2019 생활시간조사(통계청)를 보면, 가정관리 비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오후 6시30분~6시59분에 집안 일을 하는 남편은 전체의 10%인데 반해 아내는 43.5%로, 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은 남편의 약 4.4배 수준이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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