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꼬리 무는 '고흥만 리조트' 특혜 의혹..위장 입찰로 헐값 매각?

양창희 2020. 11. 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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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최근 고흥에 10층짜리 리조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고흥군이 남해안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며 5년 전 민간 건설사를 유치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인데요.

고흥군이 건설사 대신 이 리조트 땅을 확보해 줬는데, 과정에서 여러 위법 행위가 드러나 관련 공무원들이 처벌받았고 전직 군수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흥군이 건설사에 부지를 매각하면서 사실상의 수의계약을 입찰로 위장해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10층짜리 리조트가 들어선 축구장 5개 넓이의 고흥만 인근 땅.

이 땅은 원래 민간 숙박시설이 아니라, 국비가 투입돼 수변노을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고흥군이 건설사를 유치해 리조트를 만들기로 하면서 계획이 바뀝니다.

건설사가 고흥군에 공원 부지 땅이 리조트를 짓기 좋다고 요구하자, 고흥군이 원래 있던 공원 계획을 해제하고 숙박시설을 지을 있도록 변경해 준 겁니다.

더 이상 공원 부지가 아닌데도, 고흥군은 상당수 땅 주인들에게는 공원을 만들겠다고 속여 헐값에 땅을 사들인 뒤 이를 건설사에 팔았습니다.

[김훈용/기존 토지 소유주 : "수변노을 공원으로 군에서 처음에 했던 취지로 하면 좋은 마음으로 군에다가 우리가 내 줬는데, 우리를 이용해서 지금 회사와 짜고서 노른자위에 리조트를 짓고..."]

당시 리조트 땅 매입을 맡았던 군청 공무원들은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았고, 박병종 전 고흥군수도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조트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뿐 아니라 건설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고흥군이 사들인 리조트 부지를 팔려면 '경쟁 입찰'을 거쳐야 하지만, 고흥군은 건설사에 땅을 넘기기로 미리 약속하며 사실상의 '수의계약'을 맺고 형태만 입찰로 가장했다는 의혹입니다.

KBS가 지난해 감사원 조사 확인서를 입수했습니다.

지난 2016년 3월 고흥군이 공고한 해당 토지의 매각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리조트 건설사 A와 또다른 회사 B 등 2곳.

A 건설사 간부는 '자신이 B 회사를 고흥군에 제시했다'며 'A와 B 두 회사의 입찰에 응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군이 지정해야 할 입찰 참여 업체를 리조트 건설사가 맘대로 골랐고, 입찰까지 대신 참가해 줬다는 겁니다.

두 회사는 어떤 관계일까?

공시보고서를 보면 B 회사는 직원이 1명 뿐인데, A 회사가 지배구조상 밀접한 '특수관계자'라고 나와 있습니다.

B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한 주주는 A 회사의 사내이사입니다.

두 회사는 등록된 주소가 같고, 실제 건물도 같은 곳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상 B 회사가 A 회사에 종속돼 있는 상황.

당시 담당 공무원은 감사원 조사에서 "수의계약을 할 근거가 없어 형식을 맞추기 위해 경쟁을 택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고흥군과 A 회사가 공모해서 B 회사를 이른바 '들러리'로 세우고 수의계약을 입찰로 가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리조트 토지의 원 소유주들은 입찰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입찰과 관련한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병준/기존 토지 소유주 : "회사가 저렴하게 토지를 매입하기를 원했고, 고흥군은 입찰 담합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회사한테 저렴하게 매각을 하게 된 것으로..."]

3.3㎡, 이른바 한 평당 8만 8천 원이라는 가격으로 토지 매각가를 결정한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군청 소유 땅을 팔려면 감정평가로 가격을 설정해야 합니다.

해당 토지의 감정평가는 공원 부지에 포함돼 있던 지난 2015년 2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 2015년 12월 리조트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가격 상승이 불보듯 뻔한 상황.

그러나 고흥군은 감정평가를 다시 하지 않고 당시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해 2016년 3월 매각 공고를 냈습니다.

실제 리조트 계획 이후 감정평가가 이뤄진 주변 주차장 부지는 3.3㎡당 20만 원 가량으로 땅값이 2.5배쯤 뛰었습니다.

주변 땅 주인들은 고흥군이 건설사에 매각한 리조트 부지 가격은 터무니 없다고 평가합니다.

[인근 땅 주인/음성변조 : "(평당 8만 8천원이라는 가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말도 안 되죠. 굉장히 올라버렸죠. 시가에 버금가게끔, 유사하게끔 감정을 해야지..."]

이와 관련해 KBS가 입수한 감사원 조사 자료를 보면, 건설사가 고흥군에 땅을 싸게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도 확인됩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당시 해당 부서 팀장이었던 전직 공무원이 "건설사 회장이 리조트 예정 부지를 저렴하게 매각 요구를 했다"고 진술한 겁니다.

입찰 방해와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실무를 맡았던 현직 공무원은 건설사 측에서 B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거라고 알려오기는 했지만 두 기업의 특수 관계는 미리 알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감정평가를 다시 거치지 않은 건, 감정평가일이 매각 결정일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아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KBS는 A 회사와 B 회사에 대해서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회사 측/음성변조 : "(메시지를 남겼는데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메모를 또 남겨 드린다는 같은 말만 반복해서 드릴 수밖엔 없는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고흥만 리조트 사업 특혜 의혹.

매각 과정의 위법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엉켜있는 각종 의혹의 매듭 고리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김종윤·김선오/그래픽:조원기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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